전세수급지수↓, 전셋값 고점에 매매 전환 수요↑송파·강동 등 서울 곳곳서 세입자 모시기 경쟁도 임대차2법후 반년만에 분위기 급변, "관망 모드"
  •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녀 초등학교 입학전 타 지역으로 이사 갈 계획을 세우고 집을 내놓았는데 보러오는 세입자가 없어서다.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전세난에 2억원 이상 오른 가격에도 계약이 체결됐지만 요즘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집을 내놓은지 보름이 넘었는데도 세입자를 못 구한 탓에 이사 계획이 엎어질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새 임대차법 도입이후 부동산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매물 품귀현상으로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치솟자 아파트 매수 심리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안정화는 커녕 높은 전세가와 집값으로 주거 불안감만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주 기준 전세수급지수는 119.6으로 전주(120.6)보다 1포인트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0.1포인트씩 하락하는데 그쳤던 작년말과 1월 첫째주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으면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고, 낮을수록 수요가 부족함을 뜻한다. 한동안 심각했던 전세난이 조금씩 완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일부지역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와 강동구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최근 세입자 모시기 경쟁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임대차2법 도입이후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올랐고 전세 대신 주택매수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어서다. 

    송파구 A중개업소 대표는 "전셋값이 너무 올랐고, 집주인이 실거주한다면 집을 비워줘야해 주거 불안을 호소하는 세입자가 대부분"이라며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에 대출을 총 동원해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문의가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17.2였다. 한국 부동산원이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12년 7월 이후 최고 수치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매도우위 시장을 의미한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작년 한해동안 100 이상을 유지했고 지난 10월부터는 오름세를 지속했다. 

    전세가격이 크게 올랐고, 올해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으면서 매수심리도 강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21년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들은 설문조사에서 올해 전국 집값이 3~5%, 수도권 5%, 비수도권 1~3% 상승을 예측했다. 전세 시장 불안에 따른 매매전환 수요가 늘고 수요 대비 물량이 부족해 수도권 집값이 가장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년 만에 상황이 바뀌자 부동산 시장 미스매칭 현상만 심화됐다. 이사 계획을 세워둔 집주인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수요자들은 전세 대신 주택 매수 기회만 엿보고 있어서다. 

    전세난이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주거 안정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집값은 계속 상승하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셋값도 제자리를 찾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대표는 "집주인 입장에서 시세보다 2000~3000만원 정도 낮출 순 있지만 이미 억 단위로 뛰어버린 가격을 내리긴 힘들다"며 "임대차2법 이후 부동산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보니 세입자, 집주인, 매수 대기자 모두 일단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