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발전포럼 발표자로 나서카젬 "대립적 노사 관계·짧은 교섭 주기, 투자에 악영향"크리스토프 "부산 공장 생산성 떨어져"
  • ▲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와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서 정부 지원, 노사 협상 주기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영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는 가운데 더 유연하고 탄력적 정책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노사 간 교섭 주기를 바꾸고 노동 유연성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크리스토프 부떼 르노삼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부산 공장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외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회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28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제12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열고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이 본 경영 및 투자 환경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엔 정만기 KAMA 회장, 카젬 한국GM 사장, 크리스토프 르노삼성 CFO, 정주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발표자로 나선 카젬 사장은 “한국은 제조 능력이 뛰어나며 높은 수준의 품질을 입증하고 있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한국은 대립적 노사 관계와 짧은 협상 주기, 불확실한 정책, 구조적 비용 상승이 나타나 투자 결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2018년 269억달러(약 230조원)를 기록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233억2800만달러(약 25조원), 206억42000만달러(약 23조원)로 줄었다.

    카젬 사장은 “지난해 전체 생산 중 85%가량인 28만5000여 대를 수출했다”며 “수출 비중이 큰 만큼 공급에 있어 확실성을 지녀야 한다는 본사 및 주주의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은 매년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노사 교섭 주기가 1년으로 미국(4년) 대비 지나치게 짧은 데다 쟁의 활동이 계속돼 투자 의욕을 저하시킨다”고 언급했다.

    그는 “파견 근로와 계약직 근로자 관련 규제가 자주 바뀌고 비용 상승, 노동 경직성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카젬 사장은 지난해 7월 ‘불법 파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카젬 사장은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변화를 위해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요구 사항으로는 △확실한 노사 관계 정립 및 협상 주기 확대 △파견 근로의 활용 △전 세계와 조화로운 규제 및 기준을 제시했다.
  • ▲ 크리스토프 부떼 르노삼성 최고재무책임자(CFO)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 크리스토프 부떼 르노삼성 최고재무책임자(CFO)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뒤이어 한국 투자 환경에 관해 발표를 이어간 크리스토프 CFO 역시 르노삼성 부산 공장의 노동 생산성 향상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충격과 전기차 보급 확대, 환경규제 강화, 경쟁 심화 등이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과 역할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CFO는 부산 공장이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과 비교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바야돌리드 공장은 세계 생산성 1위에 시간당 평균 임금은 부산 공장의 약 62% 수준이다. 

    그는 “부산 공장은 바야돌리드 공장 대비 1100달러(약 122만원) 생산 비용이 비싸다”며 “경쟁력은 정말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세 제도 및 세율은 외투기업의 투자 확대와 유지를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이날 100인 이상 외투기업 155곳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외투기업이 투자를 우려하는 요인은 잦은 정책변동에 따른 불확실성(25.9%), 과도한 정부 규제(24.9%) 등으로 나타났다.

    노동과 관련해 노사 관계가 악화하는 원인으로는 노사 간 소통부족(37.4%), 경영상황 고려 없는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21.9%), 짧은 교섭 주기(12.9%)를 꼽았다.

    정 회장은 “외투기업은 현지업체와 경쟁해야 하는데 인력 확보, 원자재 조달, 의사소통 등에서 더 불리하다”며 “이러한 걸림돌을 넘어서는 요인이 있어야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