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1월 22건 발생대부분 전기적 충격… 원인미궁 상당수소방청 "고압 전류로 2차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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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가 올해를 전기차의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한 가운데,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잇따른 원인불명의 화재 사고와 진압 및 구조의 어려움 등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국내 전기차 등록대수가 약 14만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화재가 잦고 인명사고까지 일어나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소방청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에 제출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는 22건에 달했다.연도별로 따져보면 2017년 13건, 2018년 12건이던 건수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 2019년 22건을 기록,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발화 요인은 전기적 요인이 58.0%로 가장 많았다. 배터리 및 관련 부품이나 전기적 충격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14.5%나 됐다. 이 밖에 기계적 요인(14.5%), 교통사고(7.0%), 부주의(3.0%) 등이 있었다.전기차 화재 사고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불이 난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만큼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안전 규제가 느슨해 오히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지난 23일엔 대구 달서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 전기차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코나 전기차는 2018년 출시 이후 국내 11건, 해외 4건 등 총 15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국토교통부(국토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5개월째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과 음(-)극 분리막이 제조 공정상 손상, 내부 합선으로 불이 날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 사이 리콜(결함 시정)을 받은 코나 전기차는 화재 사고를 냈다.사고가 일어났을 때 진압과 구조가 쉽지 않은 것도 큰 고민거리다.지난해 서울 용산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화재 사고로 차주 윤모 씨가 숨졌다. 당시 모델 X는 전력 공급이 끊겨 외부에서 문을 못 열게 된 상태였다. 구조대는 트렁크를 따 진입했으나 차주는 끝내 숨졌다.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는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제출한 ‘인명구조검토회의 결과보고서’에서 “배터리가 빠르게 발열됐고, 여기서 발생한 불이 번져 진화가 어려웠다”라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전기차는 화재가 주로 배터리에서 발생한다. 수십~수천 개의 배터리 셀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탓에 번지는 속도가 빠르고 진화가 어렵다. 여기에 배터리 폭발, 전해액 누출로 인한 2차 피해의 위험이 크다. 400V가량 높은 전압이 흘러 접근조차 쉽지 않다.소방청은 “고압의 전류로 인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전기차 사고 대응 매뉴얼을 준비했다. 그러나 배터리 위치와 구조, 특성이 천차만별인데다 현장 대원의 경험이 부족한 현실이다. 최근에는 테슬라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특성상 일반 소화제로는 불을 끌 수 없다”며 “불길을 한 번 잡더라도 화학반응이 계속될 수 있어 다시 번질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진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선 정부 차원에서 안전규제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는 이제 막 보급이 활성화되는 상황”이라며 “전용 안전 평가나 진단 체계는 기업이 아닌 당국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