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지 뺏길라 … 노사 진통 예고역대급 투자 걸맞는 처우 요구할 듯GM·르노 '폭풍전야' … 리스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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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그룹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이르면 내달부터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완성차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자동차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빨아들이는 전략을 펼치면서 고용안정을 우려하는 노조의 입김이 그 어느 때보다 거셀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를 계획 중인 현대차그룹은 노조들의 압박 수위가 더욱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노조는 미국 투자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근거로 국내 투자와 보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투자를 올해 임단협 핵심 쟁취 방안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차원에서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역대급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국내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미국 투자를 통해 현지 생산을 늘리면 국내 생산은 감소하고, 이는 곧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오는 2026년까지 국내에서만 8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업계에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채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 노조는 최근 국내 추가 투자를 잇달아 요구하고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고용 안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장 기아 화성지부는 임단협 시작 전부터 국내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대규모 투자로 인한 국내공장 생산량 감소 및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강조한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국내에서 24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투자액(20조4000억 원) 대비 19% 이상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미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만큼, 추가 투자 여력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좋은 실적을 기록한 만큼 노조도 역대급 처우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GM한국사업장(한국GM)과 르노코리아의 올해 임단협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GM의 경우 최근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한 '철수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철수설 우려 해소를 이유로 국내 투자 약속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GM은 2023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달성할 가능성이 큰 만큼, 노조가 성과급 확대를 함께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코리아도 지난해 출시한 중형 스포츠실용차(SUV) 그랑 콜레오스가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을 강하게 촉구할 수 있다.

    앞서 르노코리아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나섰으며, 사측은 직장폐쇄 카드로 팽팽히 맞선 바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완성차 5사 중 가장 늦게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임단협은 그 어느 해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환율 등 자동차 업계를 옥죄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마저 발생할 시 경영 환경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