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 내세운 사기 … '테라노스' 사건과 유사
  •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찰리 재비스(32). ⓒ연합로이터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찰리 재비스(32). ⓒ연합로이터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가 20대 창업가에게 2600억원대의 사기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현지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학자금 대출 관리 스타트업 프랭크의 최고경영자(CEO) 찰리 재비스(32)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비스는 JP모건에 고객 수를 조작한 뒤 무려 1억7500만달러(약 2600억원)에 인수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번 판결로 재비스는 최대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재비스는 뉴욕시의 부유한 프랑스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학교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대학 재정 지원을 간소화하는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며 창업에 나섰고 와튼스쿨 인맥과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녀는 CNBC 등 경제 매체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고 결국 '포브스 30세이하 창업가 30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후 프랭크는 캐피털 원, 씨티은행 등과의 경쟁 끝에 2021년 여름 JP모건에 인수됐다. 인수 직후 재비스는 JP모건의 전무이사로 임명돼 학생 대상 금융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프랭크가 제공한 고객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재비스는 실제 고객 수가 30만명 수준이었던 프랭크의 데이터를 425만명으로 조작했다.

    사내 직원이 데이터 조작을 거부하자 외부 연구원을 고용해 1만8000달러(약 2600만원)을 주고 허위 고객 데이터를 만들어낸 정황도 밝혀졌다. 프랭크의 또 다른 임원인 올리비에 아마르 역시 공모자로 지목됐다.

    재비스 측은 "JP모건이 프랭크의 고객 수를 알고 있으면서도 인수했고 미 교육부의 학자금지원신청(FAFSA) 방식이 변경되자 이를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JP모건은 인수 당시 제3의 업체를 통해 프랭크의 고객 데이터를 확인했지만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한 방울의 혈액으로 수백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허위 기술로 11년형을 선고받은 엘리자베스 홈스의 테라노스 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젊은 여성 CEO가 명문대 배경과 대중의 신뢰를 이용해 수천억원대 투자를 유지한 뒤 조작과 사기로 몰락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금융계와 스타트업 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창업가에 대한 과도한 '스펙 중심' 신뢰와 검증 없는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