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카드사 배당총액 7306억→1조 확대작년 수익창출 기반…비용절감 효과 덕분은행·보험사처럼 '배당 자제' 압박 없어주주가치 제고 위해 높은 배당성향 유지
  • 카드사들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높은 이익성장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크게 늘리며 역대급 배당 잔치를 벌였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배당 축소를 압박받는 은행 및 보험사와는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며 고배당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국민, 현대, 롯데 등 5개 카드사의 2020년 배당금총액은 1조50억원으로 2019년(7306억원)보다 37.6% 급증했다. 

    1주당 배당금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국민카드다. 2019년 레버리지 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2019년 배당을 1087원으로 줄였다가 2020년 2174원으로 2배 상향했다. 배당총액 역시 100% 뛰었다. 

    배당 규모가 가장 큰 신한카드는 주당 배당금을 2638원에서 3145원으로, 배당총액은 3307억원에서 3943억원로 확대했다. 2년 연속 배당을 확대한 현대카드는 주당 914원, 총 1467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중소형 카드사 중에는 배당을 하지 않는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를 제외하고 롯데카드가 배당을 크게 확대했다. 높은 수익 창출 덕에 주당 배당금을 382원에서 962원으로, 배당총액은 286억원에서 719억원으로 상향했다. 

    카드사들이 역대급 배당 잔치를 벌일 수 있던 것은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수익이 짭짤했기 때문이다.

    5개 카드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1조71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5% 늘었다. 순이익 증가율 순으로 보면 ▲롯데카드 129% ▲현대카드 56.2% ▲신한카드 19.2% ▲삼성카드 15.9% ▲국민카드 2.6%다. 

    여행·외식 이벤트 등 마케팅이 제한되면서 고정 지출을 줄인 게 비용 절감 효과를 크게 일으켰고, 자동차 할부금융, 리스 등 신사업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역시 실적을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결제가 늘어난 것도 호재였다.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를 직접적으로 권고받지 않아 규제 타깃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점도 고배당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당국은 코로나19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에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축소하도록 했고, 보험사에도 최근 3년 평균을 유지하도록 제시했다.

    일각에선 카드사들도 취약 차주의 대출금·이자납입 상환이 재유예된 상황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배당을 자제하고 자본건전성을 세심히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사는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돌려주는 배당금 비중이 다른 금융업권보다 비교적 큰 편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배당성향을 30% 이내로 줄이면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즉 레버리지 비율을 6배에서 8배까지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으나, 대부분 레버리지 비율 7배 이내에서 자산성장을 선택하고 고배당 기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배당성향을 보면 신한카드는 65%를 유지했다. 국민카드는 레버리지 비율 관리를 위해 2019년 31.6%까지 낮췄다가 2020년 61.6%로 다시 높였다. 삼성카드는 49.6%에서 48.2%로 소폭 낮아졌다. 롯데카드는 50%에서 55%로 상향했다. 

    배당성향이 50~60%에 달한다는 것은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에게 배당한다는 의미다.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주주 환원이 제고된다. 단, 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카드사는 배당금 전액이 지주사로 들어간다.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지주에 배당 제한을 강하게 두고 있어 계열사인 카드사도 배당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라며 "올해 배당성향 역시 주주 친화적으로 가기 위해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중 유일하게 배당을 축소한 곳은 비씨카드다. 순이익이 반토막 나면서 주당 배당금이 2019년 1만7000원에서 2020년 4800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배당총액 역시 748억원에서 212억원으로 71.8%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