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속 기업들도 K자 양극화1017개 상장사 영업익 67조, 2018년 108조 이후 계속 내리막길상하위 20% 영업익 차이 3060억 격차 벌어져
  •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백화점 명품관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뉴데일리 DB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백화점 명품관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뉴데일리 DB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기업들의 실적 양극화도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호황시장을 섭렵한 몇몇 기업들의 대폭 늘어난 실적에 가려져 겉으로 보기에는 선방하는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불황에 허덕이는 K자 양극화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비금융 상장기업 1017개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액은 1076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6조9000억원(-1.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7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4.9% 늘었다. 매출 감소세에도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2019년 실적이 워낙 나빴기 때문이다. 상장기업 영업이익은 2018년 108조3000억원에서 2019년 53조9000억원으로 반토막 났었다. 주52시간제 도입과 크게 오른 최저임금이 원인이었다.

    산업계 전반에 불황이 덮친 2019년에 비해 지난해는 반도체, 가전 등 코로나 반사이익을 누린 수혜업종이 호황을 누렸다. 매출 상위 20%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3051억원으로 전년 2376억원보다 23.4% 상승한 반면, 하위 20% 기업은 9억4000만원 적자에서 8억9000만원 적자로 소폭 개선됐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상하위 기업간 영업이익 차이는 2386억원에서 3060억2000만원으로 647억2000만원(28.3%) 더 벌어졌다.

    덕분에 영업이익으로 기업부채 이자도 못내는 기업은 249개에서 255개로 늘었다. 상장기업 중 25.1%가 기업경영을 하지 않는게 나은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 ▲ 업종별 영업이익 증감률 (2019년 대비 2020년)ⓒ한국경제연구원
    ▲ 업종별 영업이익 증감률 (2019년 대비 2020년)ⓒ한국경제연구원
    업종별로 보면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진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증가한 의료·제약업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5.7% 급증했고 전기전자 분야는 64% 늘었다. 집콕·혼밥 문화 확산에 수혜를 입은 식음료 제조업도 27.4% 성장했다. 반면 유통 및 대면서비스(-26.4%), 사업서비스(-39.1%) 등 서비스 업종과 기계(-72.8%), 운송장비(-38.7%), 철강·금속(-37.8%), 화학(-27.1%) 등 전통 제조업은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전통 제조업의 불황은 고용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상장사 종업원 수는 108만명으로 전년대비 1만1000명 줄었다. 화학(6665명), 유통 및 대면서비스(5794명) 분야에서 고용감소가 심했다. 소프트웨어, 통신 분야에서 종업원 수가 늘었지만 저인력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IT 분야 한계 탓에 제조업 감소분을 흡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이 상승한 전기전자 분야에서도 양극화는 나타났다. 이 분야 영업이익은 64% 증가했지만 이는 상위 3개 기업의 증가분이 91%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이 10% 이상 증가한 7개 업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각 업종별 영업이익 증가분 중 상위 3개사의 비중이 62.7%에서 최대 191.8%까지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상장사 실적이 양호해 보이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해 규제개혁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