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익, 미얀마 국영기업으로""20년 무관" 억울연 3000억~4000억 알짜 수익LNG 밸류체인 3단계 등 불투명
  • ▲ 2013년 완공한 미얀마 쉐 가스생산플랫폼ⓒ자료사진
    ▲ 2013년 완공한 미얀마 쉐 가스생산플랫폼ⓒ자료사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민간인 학살로 국제적 지탄을 받는 미얀마 현지 가스전 사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지에 설립한 법인이 미얀마 국영기업 모지(MOGE)와 합작했다는 이유로 국제 인권단체들이 군부와 관계를 끊으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7일 포스코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2000년 MOGE와 계약을 맺고 미안마 서부 안다만해 해상에서 가스전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상업생산을 시작한 미얀마 가스전은 하루 5억 입방피트(ft³)의 가스를 중국과 미얀마에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가스전 운영에 참여하는 MOGE가 가져가는 배당금 등 수익이 미얀마 군부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현지 법인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분 51%를 가지고 있고 MOGE는 15%를 보유 중이다. 이를 통해 MOGE는 매년 2000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미얀마 시민단체나 국제 단체들은 이 돈이 불투명한 회계를 통해 군부 정권으로 흘러간다고 주장한다. 포스코 지분을 가진 네덜란드 연기금운용공사(APG)도 미얀마 사업에 대한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해외 주주들은 일본 식품기업 기린이 미얀마경제지주사(MEHL)과의 합작사업을 중단한 사례를 들며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 ▲ 시민·청년단체들이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 청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시민·청년단체들이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 청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압박수위가 높아지자 마찬가지로 미얀마에 진출 중인 포스코강판부터 합작 중단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강판은 2013년 MEHL과 합작해 미얀마포스코C&C를 설립했다. MEHL 지분은 30%다. 포스코 측은 MEHL 보유지분 30%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군부정부가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직 사업수익이 미미한 포스코강판과는 달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은 쉽사리 중단이나 철수를 논의할 규모가 아니라는 게 포스코의 아픈 지점이다. 미얀마 가스전 연간 영업이익은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포스코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꾸준히 쌓이는 한해 수천억원의 고정수익이 사라지면 수소 프로젝트 등 장기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미얀마 가스전은 지난 20년간 정권과 관계없이 추진해 온 사업”이라며 “수익은 계약에 따라 미얀마 정부와 가스전 컨소시엄사에만 분배된다"고 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질 경우 상당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올해 초 포스코가 현대중공업그룹과 함께 세운 5000억원 규모의 미얀마 가스전 3단계 개발도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현재 시추 지역에서 30km 떨어진 마하 구조의 평가 시추 계획이 틀어지면 미얀마와 포스코 광양 LNG 터미널을 잇는 LNG 밸류체인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포스코 측은 일단 현지 파견된 주재원 일부를 철수하고 사태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미얀마 현장에서 근무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인 주재원은 60여명으로 가족까지 합치면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가스전에 대한 수익은 계약에 따라 배분되고 국책은행으로 직접 입금되기 때문에 군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현지 사업이 중단되면 미얀마에 공급되는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을 빚어 오히려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