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대표, 업계 최장수 CEO… 30년 넘게 근무한 ‘하이트맨’‘드라이피니시d’ 실패로 오비맥주에 추월… 10년 째 2위 머물러10년의 기다림… ‘테라’ 흥행에 올해 기점 ‘왕좌 탈환’ 자신감
-
- ▲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하이트진로
“수도권, 주요 상권 중에서 지방 상권과 가정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여세를 몰아 올해 시장 회복을 기점으로 맥주 시장 1위 탈환하겠습니다.”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의 자신있는 말이다. 그에게 올해는 각별한 의미가 될 전망이다. 취임 10년을 맞이한 해이면서 동시에 맥주시장에서 1위를 빼앗긴지 꼭 1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10년의 ‘와신상담’을 끝내고 맥주시장 1위를 탈환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다.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김인규 대표는 오는 4월11일 취임 10년을 앞두고 있다. 외국계 CEO가 압도적으로 많은 주류업계에서 10년 이상 대표를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은 김 대표가 유일하다.실제 그는 주류업계의 산 역사로 꼽힌다. 1962년생인 그는 배재고등학교와 연세대 수학과, 연세대 경영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하면서 주류와 인연을 맺었다.특히 인사, 마케팅, 경영기획, 영업 등을 두루 거치면서 주류 전반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09년부터 하이트맥주 영업본부장 부사장을 맡았고 2년 뒤인 2011년에는 하이트맥주 대표로 발탁되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49세에 불과했던 김 사장의 파격적인 인사로 꼽혔다.물론 그가 취임한 이후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장 1위를 놓지 않았던 소주보다는 맥주시장이 문제였다.하이트진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까지 맥주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가 대표 맥주 브랜드를 독점했지만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2010년 출시한 신제품 ‘드라이피니시d’가 출시되면서 기존 ‘하이트’, ‘맥스’ 등의 브랜드에 쏠려있던 마케팅 여력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이피니시d’가 흥행 부진을 겪으면서 하이트진로는 2011년 결국 오비맥주에 맥주시장 1위를 내어줬다. 김 대표가 취임한 해의 일이다.이후 김 사장의 숙원이 맥주시장 1위의 탈환이 됐음은 두말 할 것 없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수입맥주 등으로 인해 국내 맥주시장 잠식은 더욱 커졌고 사모펀드 KKR 등에 팔렸던 오비맥주는 2014년 AB인베브에 재인수되면서 글로벌 맥주 체인을 확보하게 됐다.같은 해인 2014년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클라우드’를 선보이면서 그동안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로 양분되던 경쟁관계는 더욱 치열해졌다.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은 적자를 기록하면서 회사에 상당한 부담으로 남았다.이런 답보상태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청정 라거를 내세운 ‘테라’를 출시하면서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폭발적인 판매를 통해 맥주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판매량을 반등시키기 시작한 것. 기존엔 없던 녹색병과 기존 맥주와 차별화된 공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였다.실제 ‘테라’는 맥주시장에 변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경쟁사인 롯데칠성은 지난해 신제품인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를 출시했고 오비맥주는 올 초 신제품 ‘한맥’을 출시한데 이어 최근 ‘카스’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그럼에도 ‘테라’의 선방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출시 2년만에 16억5000만병을 팔아치우는 등 기록을 경신하면서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주류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됐지만 ‘테라’ 판매는 전년 대비 12%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2014년 이후 적자를 기록해온 하이트진로 맥주부문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흑자로 전환됐다.올 여름 성수기 맥주업계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리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2021년이 김대표의 10년 숙원이 풀리는 해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