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만t 보관 중… "삼중수소, 기준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우리 정부 "일방적 결정에 강한 유감… 피해방지 요구할 것"'해수순환 분석모델' 개발 아직… KIOST "방류 시점엔 사용 가능"시나리오별 피해예측 어려워… 방류방법·수온·바람 등 변수 많아美 "국제 안전기준 부합·결정 과정 투명"… 사실상 지지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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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할 만한 뾰족한 자료가 없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렇다 할 피해 예측 자료도 없는 상태다. 변수가 많다 보니 시나리오별 피해예측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2023년부터 방류 결정13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각료 회의에서 결정했다.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해양 방류에 필요한 설비를 갖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승인까지 2년쯤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방류는 오는 2023년 초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하루 평균 140t의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난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되고 있어서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 중이다. 지난달 18일 기준 125만844t이 보관돼 있다.
문제는 공간 부족 등으로 저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오염수 처분 방안으로 해양방류와 대기방출 등 2가지를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애초 지난해 10월과 12월 해양 방류를 결정하려 했으나 어민단체 반발에 부딪혀 결정을 미뤄왔다.일본 정부는 ALPS로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견해다. 그러나 삼중수소(트리튬)라는 방사성 물질은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등 현지 주민은 물론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이 해양 방류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방사선량이 1ℓ에 1500베크렐(㏃) 미만이 될 때까지 바닷물로 희석한 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정한 삼중수소 해양방출 농도 한도는 1ℓ당 6만㏃로,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해 배출한다는 구상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트리튬 농도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식수 기준의 7분의 1까지 낮추겠다"고 말했다.
해양 방류는 원자로를 닫게 될 2041~2051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다. -
◇韓정부 "강한 유감… 처리과정·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결정이 알려지자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석했다.정부는 일본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국민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 하겠다는 원칙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은 주변국의 안전과 해양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뿐 아니라 특히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오염수 처리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검증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민의 반대 뜻을 분명히 전달하고 피해방지 조치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에도 정부 차원의 우려를 전달하고 앞으로 일본측 조치의 안전성 검증 정보 공유, 국제사회의 객관적 검증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특히 "국내 해역에 방사능 유입 감시를 강화하고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 원산지 단속을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
◇확산 평가모델 개발 중… 사전 피해예측엔 한계정부는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를 검토한다고 발표한 2018년 10월부터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정부합동 기획단(TF)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는 태도다. 정부는 "방사성 물질 해양확산 평가, 건강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 평가 등을 통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을 통해 내년까지 방사성물질의 해양확산 평가 모델 고도화와 해양방사능 현장조사 분석 및 예측 고도화 연구를 각각 진행 중이다.그러나 이들 연구는 시뮬레이션을 위한 분석모델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로선 시나리오별 단기·장기 피해예측 등의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연구용역 등을 통해 일본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거나 막을 만한 과학적 근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얘기다.KIOST가 2019년부터 수행하는 해양방사능 현장조사 분석·예측 고도화 연구의 경우 아직 분석모델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KIOST 관계자는 "현재는 해양 방류 때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돌아오는 데 5년쯤 걸린다는 게 정설"이라며 "해양 방류 시점부터 모니터링할 준비는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물질이 해류를 타고 어떻게 흘러가 확산하는지, 북태평양 전체를 볼 수 있는 해수순환모델을 올해 안에 개발하고 내년에 검증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해양 방류가 일어날) 2023년부터는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하지만 KIOST는 방류 시나리오별 피해 예측 분석은 현재로선 한계가 있다고 했다. 방류 때 수온과 염분 농도, 바람 방향, 심층 배출 등 시뮬레이션에 영향을 줄 변수가 많아 일일이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시간도 적잖게 걸린다. 1회 시뮬레이션에 1달쯤 걸린다는 게 KIOST측 답변이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한 관계자도 "국정감사 때마다 피해를 예측할 수 있는 연구용역의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실질적인 연구는 딱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관련 자료가 충분치 공유되지 않는 데다 연구를 해도 똑부러지게 답이 나오는 게 아니어서 그렇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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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실상 오염수 해양 방류 지지미국 정부는 12일(현지 시각)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국제 안전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사실상 지지 입장을 밝혔다.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일본 정부는 IAEA와 긴밀히 협조해 방사능 감시, 복원, 폐기물 처리, 원전 폐로 등을 포함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 처리를 결정했다"면서 "(일본은) 특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일본 정부가 이런 접근법의 효과를 감독하면서 계속해서 협조와 소통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미국은 이번 성명에서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표현했다. 처리수는 일본 정부가 ALPS로 거른 오염수를 가리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