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뱅크 펀드 대출액 4년새 20조 늘어국내은행 새 비즈니스로 적합, 은행‧펀드 윈윈 구조PEF·벤처펀드 대출 규제 완화시 대출 활성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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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금융권에서 펀드 대출(Fund Finance)이 급성장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대출을 해주는 은행과 대출을 받는 펀드 모두에게 유리한 만큼 국내 은행들도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29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뱅크의 전체 대출에서 펀드 대출 비중은 2016년 38.7%에서 지난해 56.5%로 급증했다. 펀드뱅킹 대출액도 2016년 77억 달러(약 8조5231억원)에서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255억 달러(약 28조2311억원)를 기록했다. 

    펀드 대출이란 은행이 펀드가 보유한 자산이나 미래에 유입될 투자금을 담보로 차입자인 ‘펀드’에 자금을 공급하는 서비스다. 여기서 펀드란 PE(프라이빗 에쿼티)와 VC(벤처 캐피탈)가 조성한 PEF(사모펀드)나 벤처펀드를 이른다. 즉  PE나 VC가 투자한 기업 포트폴리오 전체에 대한 대출이다. 

    ◇실리콘밸리뱅크 펀드 대출 성공 전략 

    미국 실리콘밸리뱅크는 펀드 관련 자금관리와 외환 등의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펀드뱅킹 비즈니스 과정에서 펀드 대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펀드 설정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펀드들의 법무 컨설팅과 해외투자를 지원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고객이 투자한 벤처기업에 자금이 필요할 때 벤처대출을 지원한다. 사모펀드, 벤처펀드의 후속 투자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에 제공되는 대출이다. 벤처기업은 단기간 내 수익 창출이 어려워 일반적으로 대출이 불가하나 후속투자금을 상환재원으로 이용한다는 전제하에 대출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펀드매니저들에게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즈니스 기회를 개발한다. 펀드 운용사(GP)와의 정보 교류를 통해 대출이 필요한 기업을 발굴하고 펀드 대출을 제공하는 식이다. 

    은행들은 펀드 대출 경쟁력을 통해 펀드의 주거래은행으로서 역할을 확대하는 한편, 저원가성 예금과 펀드의 해외투자 실적도 성장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펀드 대출이 일반대출보다 리스크가 낮고 펀드나 운용사에 대한 영업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수의 기업‧자산 포트폴리오로 구성된 펀드는 개별 기업‧자산보다 리스크의 분산효과가 있고 펀드가 제공하는 담보를 기초로 신용리스크가 개선된다.

    펀드 입장에서도 레버리지(기업이 타인의 자본을 이용해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임)를 활용한 수익성 향상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편입자산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이용한 순자산담보부 대출을 이용하는 식이다. 또 펀드 운용시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투자자가 향후 납입할 출자금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출자약정담보부 대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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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은행, 펀드 대출 비즈니스 확장 기회

    아직까지 국내에서 펀드 대출은 없지만 사모펀드, 벤처펀드 시장 확대에 따른 펀드 대출 시장기반 마련과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지난해 사모펀드 출자약정금액은 97조1000억원으로 2016년(62조2000억원) 보다 1.5배 가량 늘었다. 사모펀드 수도 같은 기간 383개에서 855개로 2.2배 증가했다. 벤처펀드의 펀드결성액도 2016년 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6000억원으로 1.7배 늘었다. 

    김혜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PEF·벤처펀드 대출 규제 완화 노력을 하고 있어 앞으로 펀드 대출 시장 형성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PEF 대상 펀드 대출이 가능하고 벤처펀드에 대해서는 SPC 대상의 대출인 인수금융 대출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펀드 대출은 사모펀드에 한해서만 제한된 형태로 가능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9월부터 PEF의 차입한도를 순자산의 10%에서 400%로 증액하는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인데 펀드 대출 활성화가 기대된다.   

    또 펀드 내 개별투자를 위해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 대상의 차입을 허용하는 방향의 벤처투자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펀드 대출을 통해 예금과 외환, 벤처대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에 유망한 비즈니스라고 보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고액자산가인 펀드매니저들을 PB(프라이빗 뱅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기대된다”며 “펀드 대출 비즈니스 추진시 실리콘밸리뱅크의 사례를 참고해 업무확장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