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나라살림 49兆 '펑크'…세금 많이 걷었지만 씀씀이 못 따라가

부동산정책 실패가 촉발한 주택매매량 증가와 코로나19(우한 폐렴)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에 대한 세금납부 유예분이 뒤늦게 걷히면서 올 1분기 국세 수입이 1년전보다 19조원이나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정일자리 공급과 방역 등에 혈세가 집중 투입되면서 나라살림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펑크' 났던 세수가 반등하면서 적자폭은 일부 개선됐다. 재정당국은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 개선의 선순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가 11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5월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총수입은 15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2조6000억원 증가했다. 국세와 세외수입, 기금수입 모두 늘었다. 정부가 한해 걷기로 한 세금중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31.5%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6.5%포인트(p) 높다.

국세수입은 88조500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19조원 늘었다. 세수 진도율은 31.3%로 1년전보다 6.9%p 높았다. 28조6000억원 걷힌 소득세 영향이 컸다. 부동산거래량 증가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영세개인사업자를 위해 3개월 납부를 유예한 종합소득세 중간예납분이 걷히면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주택거래량은 1년전보다 1.7%(6000가구) 많았다.

지난해 세수펑크를 견인했던 법인세도 늘었다. 20조2000억원으로 1년전과 비교해 4조8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기업 영업이익이 증가한 탓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상장 12월 결산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9.8% 증가했다.

교통세 등도 18조원으로 4조3000억원 더 징수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유예한 정유업계 유류세 납부 등이 영향을 미쳤다. 부가가치세도 2조7000억원 더 걷혀 누적액으로 17조6000억원이 집계됐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납부 유예분이 뒤늦게 징수된 영향으로 보인다.

과태료·국고보조금 반환 등 세외수입은 10조1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5000억원 증가했다. 매년 2월 세입조치 되는 전년도 한은잉여금과 우정사업수입이 증가한 탓이다. 기금수입은 5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2조1000억원 늘었다.

3월 한달간 국세수입은 3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조9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총지출은 182조200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17조4000억원 많다. 진도율은 31.8%로 1년 전보다 2.1%p 올랐다. 정부는 1분기에 특수고용직(특고)·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을 위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5000억원, 저소득·청년구직자 취업지원서비스지원 사업에 2000억원, 실업급여로 3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역 대응 예산을 적극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세수가 늘었어도 씀씀이가 커지다보니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1분기 통합재정수지는 30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납부유예한 세금이 뒤늦게 걷히면서 적자 폭은 줄었다. 1년전(-45조3000억원)과 비교해 15조2000억원 감소했다.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48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적자 폭은 1년 전보다 6조7000억원 줄었다.

3월까지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는 86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달새 8조5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1년 전보다는 6조7000억원 줄었다. 올해 나랏빚은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기준으로 938조4000억원이 예상된다.

재정당국은 1분기 재정수지 개선에 대해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개선의 선순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