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디지털교과서에서 서책형으로 회귀 … 낮아진 문해력 원인프랑스,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 디지털 기기 부작용 우려미국·호주 등은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
  •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6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6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가 내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가운데 디지털 교과서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도입을 유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실패한 해외사례를 들며 서책형 교과서 위주 수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교육과정에 디지털 기기를 접목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가 됐지만, 일부 국가들은 부작용 등으로 인해 서책형 교과서로 돌아가고 있다.

    2017년부터 유치원 등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던 스웨덴은 지난해 8월, 6세 이하의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을 완전히 중단했다. 스웨덴 정부는 서책형 교과서 구입을 위해 82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종이책과 손 글씨로 대표되는 전통적 교육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서책형 교과서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로 낮아진 학생의 문해력을 꼽았다. 전 세계 초등학교 4학년생의 읽기 능력을 평가하는 '국제읽기문해력연구'(PIRLS)에서 스웨덴 학생은 2021년 기준 지난 5년간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다.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디지털 도구가 학생의 학습 능력을 향상하기보다 오히려 저해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가 디지털 교과서에서 서책형 교과서로 돌아간 것은 교육적인 이유가 아니라 교육당국의 정치 지형도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22년 10월 취임한 로타 에드홀름 스웨덴 교육부 장관은 디지털 도구를 교육에 활용하는 것을 반대해 왔고, 그의 입김이 정책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닐 셀원 호주 모나쉬 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스웨덴의 서책형 교과서 회귀는 정치적 움직임"이라며 "기술과 관련해 교육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캐나다는 학교에서 필기체 쓰기수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에서 디지털 교과서의 부작용을 우려한 교육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반면 디지털 기기를 교육현장에 적극 사용하는 국가도 적지 않다.

    독일과 폴란드, 싱가포르 등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공공자금으로 노트북을 지급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호주도 교육용 플랫폼을 통해서 학생의 학습 이력을 관리하거나 수업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에서 활용 중이다"고 설명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고등학생 절반 이상이 수학 시간에 멍하게 시간을 보낸다"며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로 개별 학생의 수준이 진단되면 학습에 소외되는 학생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교수는 "AI 디지털 교과서는 창의력이나 비판적 사고 등을 기르는 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며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개별화 학습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함께하는 경험으로 창의적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