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포퓰리즘①] 표심 기댄 입법 줄줄이 쏟아진다은행법·금소법 등 너도나도 보여주기식 입법 경쟁 "대선前 출처 모르는 돈 쓰자"…'돈 갚을 필요 없다' 팽배
  • 금융권에 '입법'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적 우세만큼 금융법 개정안에 적극적이다. 

    21대 국회서 발의된 은행법·보험업법 개정안의 70%이상이 민주당발(發)이다. 국가차원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을 뛰어넘어 대출 원금 감면을 요구하는가 하면 금융소비자법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포퓰리즘 법안은 내년 3월 대선공약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편집자주>

    현재 금융권의 입법 주도권은 여당이 쥐고 있다. 뉴데일리경제가 21대 국회서 발의된 은행법과 보험업법을 전수조사한 결과 은행법 52건 중 민주당 발의는 36건에 달했다.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은 14건에 그쳤다. 보험업법 역시 총 32건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민주당은 24건으로 국민의힘(6건) 보다 4배나 많았다. 

    ◆ 표심에 기댄 입법 줄줄이 쏟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법안 중 상당수가 '포퓰리즘'에 중점을 뒀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 및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다. 코로나19 등 국가가 지정한 재난 상황에 따른 정부의 방역조치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소득이 줄어들 경우, 대출 원금을 깎아주거나 상환을 연장하는 방안이 담겼다. 사실상 빚 탕감법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다. 상임위 차원의 논의를 통해 법사위, 본회의 표결을 거쳐 '빚 탕감'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출 만기·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지원된 금액만 13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 간 한시적으로 투입된 규모일 뿐, 상시적으로 운영되거나 빚 탕감까지 이뤄진다면 재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 정재호 인천대 석좌교수는 "부채 탕감법은 자본주의 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법안"이라며 "은행은 어떡하고, 은행에 예금한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 열심히 돈을 모아서 예금한 사람들을 바보를 만드는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용준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 역시 검토보고서에서 "대출 원금 감면을 의무화하는 해외 입법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이미 대출금 만기연장 및 원금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이뤄지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 '질' 보다는 보여주기식 입법 경쟁 

    보여주기식 입법 경쟁도 한창이다. 국회는 한국은행의 정책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한은의 설립 목표인 물가·금융 안정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자는 개정안만 5개나 발의됐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고용안정에 대한 인식이 점점 강해지자 비슷한 법안이 우후죽순 쏟아내는 모습이다.

    한은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낮추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리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지나친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김경협 민주당 의원부터, 박광온 민주당 의원,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김주영 민주당 의원, 양경숙 의원 등이 잇따라 개정안을 냈다. 
  •  출처는 모르는 '돈의 맛'이 온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러한 금융 포퓰리즘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여권 주자들은 일찌감치 '돈맛'이 담긴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청년 해외여행비 1000만원 지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제대 지원금 3000만원, 정세균 전 총리는 20세 청년 1억원 통장을 각각 내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대선때마다 부채 탕감 정책이 나오는데 성공한 적이 없다.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로 부채를 안갚는 현상까지 이어져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경제 문제의 핵심은 부채로 GDP 대비 세계 최고 규모"라면서 "앞서 서울·부산시장 선거 때도 마찬가지지만 공약의 실현성과와 관계없이 또 정당을 구분하지 않고 포퓰리즘 법안이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 역시  "코로나19로 원금·이자상환 유예에 이어 빚탕감법까지 은행의 팔 비틀기 법안이 언제 공약으로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라며 "이번에도 재원은 없고 지출만 가득한 공약만 한가득"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