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1000억·금호타이어 250억 증설관세 폭탄·포스트 코로나 대비반덤핑 관세-원자재 상승-물류비 인상 3중고
  • ▲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미국 공장
    ▲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미국 공장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의 394억달러(약 44조원)에 달하는 미국투자에 이어 국내 타이어 3사도 미국 투자에 고삐를 죄고 있다. 

    선제적 투자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리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닥칠 미국의 '반덤핑 관세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 1분기 국내 및 해외 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가고 글로벌 차 생산이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실적이 좋아졌다. 

    24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의 1분기 매출 합계는 총 2조6900억원, 영업이익은 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3.1%, 영업이익 76.8% 증가한 수치다.

    한국타이어는 해외 시장에서 교체용 타이어 판매 증가와 고인치 타이어 판매로 인한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한국타이어는 1분기 매출 1조6168억원을, 영업이익 1860억원을 달성했다. 금호타이어는 북미, 유럽 등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넥센타이어는 매출이 늘었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다만 2분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완성차 생산 차질과 교체 타이어 최대 시장인 유럽의 더딘 회복세로 이익 감소마저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오는 7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반덤핑 관세다.  

    이 때문에 타이어 3사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올해 하반기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에 나선다.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타이어 생산 규모가 두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3년 하반기 또는 2024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다. 공장 증설에 올해 약 1000억원을 투입한 뒤 내년부터 나머지 투자금을 순차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타이어 생산 규모를 기존 550만 개에서 1100만개로 2배 가량 늘어난다. 북미 시장의 신차 수요 확대 대응과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테네시 공장 증설에 나선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자회사였던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흡수합병을 통해 미국 투자에 더욱 적극적이다. 아트라스비엑스는 국내에 이어 미국에 800억원을 투자하며 진출했고 최근 생산을 개시했다. 친환경차 배터리로의 패러다임 대응을 위하여 MF배터리에서 AGM배터리로 믹스개선이 병행 중이다. 

    미국 반덤핑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 공장 증설이나 신설이 필요하지만, 수천억원의 투자금은 부담이다. 미국 판매 비중이 높은 국내 타이어 업체들은 관세 리스크 관리가 향후 수익성을 잡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업계에선 분석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미국 조지아주 공장 생산량 증대를 고려하고 있지만 경영상황 탓에 한국타이어 같은 대규모 증설 투자는 힘들다. 미국 조지아 메이컨시에 있는 공장 증설을 위해 약 25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증설 규모는 연간 50만개 수준이다. 아울러 금호타이어는 베트남 공장 증설을 위해 약 3400억원을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는 하반기 스마트 타이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MDE와 기밀유지계약(NDA)을 체결했고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도로에서 스마트 타이어 시스템을 장착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주행 중 공기압, 온도, 주행시간, 가속도 등 타이어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운전자에게 경고 및 주의 알림을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한다. 

    유일하게 미국에 공장이 없는 넥센타이어는 미국 내 재고 확보로 단기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공장 신설도 검토 중이다. 넥센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미국에 벤처캐피탈 법인을 설립했다. 신규 법인인 'Next Century Ventures’는 자동차 센서, 인공지능(AI), 전기차,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사업 분야 신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타이어업계의 미국 투자의 목적은 북미 거래 물량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 공장 증설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조치가 2단계 증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말 반덤핑 예비판정을 통해 한국타이어 38.07%, 넥센타이어14.24%, 금호타이어를 포함한 기타 타이어업체에 27.81%의 추가 관세율을 산정했다. 이들의 북미 매출 비중은 넥센타이어 27.5%, 한국타이어 26%, 금호타이어 24.2% 순이다.

    추가 관세율은 한국에서 수출하는 타이어에만 부과되기 때문에 미국 공장을 포함한 해외 공장 증설에 나서는 주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미국의 반덤핑 관세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를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반도체 수급난과 관련 완성차 업체들의 감산이 장기화되면 타이어 업체들에게도 여파가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출분 부터 반덤핑 과세가 적용되지만 회계상 비용으로 즉각 반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판매 위축과 과세 부담 등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반덤핑 부과에 대한 항소와 수출 루트 변경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완화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