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심사 연계 용역 4개월 연장미국·유럽 등 특정 노선 독과점 변수2023년 통합사 출범 계획도 미뤄질듯
  •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연합뉴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이 지연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 결합심사를 위해 진행 중인 연구용역이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어서다. 연구팀은 양사 통합 후 일부 노선에서 발생할 독과점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발주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경제분석 연구용역’ 종료 시점은 10월 말로 미뤄졌다. 공정위는 서강대 산학협력단에 연구를 발주했으며 당초 6월 초까지였던 계약은 최근 10월 말로 연장됐다.

    공정위와 연구팀은 일부 장거리 노선에서의 독과점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서 독려하는 이번 딜에 객관적인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업계는 양사 합병 초기부터 일부 장거리 노선의 독과점과 가격 인상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양사 통합 후 점유율 50% 이상의 국제선은 총 32개다. 인천발 LA, 뉴욕, 시카고, 시드니 등 7개 노선은 점유율이 100%다. 인천발 로마, 푸켓 등 일부 노선은 75%를 넘어선다.

    양사와 계열 LCC(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를 포함한 여객 점유율은 54%(2019년 국제선 기준)로 추정된다. 공정위 독과점 판단 기준인 50%를 넘어선다. 일각에서 독과점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이유다.

    최근 독과점을 바라보는 국제적 시각도 보수적이다. EU는 최근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젯 간 합병을 우려했다. 양사 합병이 유럽, 캐나다 간 항공편 경쟁성을 떨어트려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두 항공사의 중복 노선은 30여 편 수준이었다. EU의 우려로 양사는 합병을 자진해서 포기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공항별 실제 운항 횟수를 뜻하는 ‘슬롯(SLOT)’을 독과점 지표로 삼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외항사와의 경쟁 등 항공업 특성 반영 시 독과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통합사의 슬롯 기준 점유율은 약 38.5%다.

    용역 지연으로 양사 합병 계획은 다소 미뤄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2023년 말까지 아시아나와의 완전 통합을 계획 중이다. 용역 종료 후 공정위 전원회의와 해외결합심사 결과취합 등 추가 절차를 고려하면 당초 일정보다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항공사 두 곳의 합병인 만큼 주요 장거리 노선에서의 독과점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면서 “딜 성사를 위한 객관적 지표를 마련해야 할 공정위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