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정부과천청사 유휴 부지에 건설하려던 주택계획을 주민반발에 못 이겨 1년도 안돼 백지화하자 이번엔 3기 신도시 주민들이 반발에 나섰다. 원칙없는 주택공급대책을 당장 취소하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3기 신도시 조성에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지구·왕숙2, 과천, 인천 계양, 부천 대장, 고양·창릉, 시흥·광명 등 제3기 신도시 8개 사업지구가 참여하는 제3기 신도시 연합대책위원회는 오는 15일 긴급 기자회견 및 규탄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와 함께 청와대, 여의도 국회의사당, LH경기본부, LH하남사업단, LH남양주사업단, LH과천사업단, LH고양창릉사업단, 남양주 시청 앞 등 8곳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대규모 집회다.
임채관 공전협 의장은 "신도시 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집값 폭등과 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1·2기 신도시에서 충분히 경험했다"면서 "과밀한 수도권에 또다시 인구를 집중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올 제3기 신도시 개발 정책은 즉각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 원주민들이 평생을 피땀흘려 일군 집과 농토를 헐값에 강탈하는 탁상공론식 행정만 펴지 말고 현장을 찾아 원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이달초 정부가 정부과천청사 유휴 부지에 아파트 4000가구를 새로 건설하려던 계획을 1년도 안 돼 백지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마친 뒤 "당초 발표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를 개발하지 않고 과천 과천지구 등에서 자족용지 용도전환 등을 통해 3000여 가구를 공급하고 그외 대체지 1300가구 등을 통해 당초 목표한 공급물량보다 많은 4300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당초 계획보다 300가구가 늘었으니 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 결정은 주민반발에 부동산 중요정책이 뒤집혔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과천청사 부지 외에도 노원구 태릉골프장, 서초동 서울지방조달청 부지·국립외교원 유휴부지,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상암 DMC 미매각 부지 등지에서 지자체나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미군기지 부지를 활용하려고 하자 용산 미군기지 부지는 주택 공급보다 생태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은 "그린벨트는 국민을 지키는 산소호흡기다. 싼값에 수용해서 비싸게 분양하는 신도시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 글을 올렸다.
또다른 청원인도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원칙이 없다고 꼬집으면서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주택 공급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고 노후화된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정책을 집행하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