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군 한계… 보수적 밸류에이션 승계 이슈와 삼성 약속도 부담 '시즌 2' 수소혼소·수소유통, 친환경 케미칼 중점
  • 한화종합화학이 20일 만에 IPO를 철회한 이유는 뭘까.

    한화 관계자는 “갑자기 철회된 것은 아니고, 상장 진행과 삼성 보유지분 인수 협상을 병행하다 지분 인수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이번 지분 인수로 한화·삼성 빅딜 시즌1이 마무리됐다"면서 "시즌2는 미래 전략 사업을 본격 추진해 석유화학 회사에서 지속 가능 미래형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장을 잠시 보류하는 대신  신사업 투자에 집중해 외형 확대를 꾀하겠다는 얘기다.

    IB업계에선 우선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조 안팎의 기업가치와 성장성에 대해 논란이 적잖았다. 실적악화와 동종 기업 주가수익비율 등을 고려할 때 4조 이상의 기업 가치는 지나치게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시장 관심 밖의 전통 굴뚝사업이라는 점에서 산업 자체를 향한 기대감이 높지 않고 주목도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실제 한화종합화학의 최근 몇년간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 2017년 3조원이던 매출은 2018년 1조8600억원, 2019년 1조6300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지난해에는 매출 9982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8.8%, 81.2% 떨어졌다.

    주력인 글로벌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시장에서 공급과잉이 지속되다 보니 한계가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의 주력 사업이 증설과 수요 약세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과잉공급 국면"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을 감안할 때 경기 회복이 제한적일 전망으로, 당분간 다운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IPO 지연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지연되는 기간 동안 내실이 탄탄해진다면 좀 더 높은 밸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저런 이유를 볼때 한화종합화학 상장으로 한화가 챙길 메리트가 없다는 판단이 가장 컸다.

    한화종합화학 IPO는 그룹 승계이슈와 맞물려 관심을 모았었다. 시장에선 계속 IPO를 경영승계 전략의 일환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이 주요 주주이기 때문이다. 

    한화종합화학의 지배구조는 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종합화학으로 이어진다. 에이치솔루션은 (주)한화와 함께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김동관 사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김동선 상무가 25%씩 지분을 소유한 개인 회사다. 한화에너지는 39.1%, 한화솔루션은 36%의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IPO가 마무리되면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의 재무구조와 경영성과가 개선되고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도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이들 3형제의 지분 가치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삼성과의 약속 이행도 결단을 최촉했다. 한화그룹은 2014년 삼성과 맺은 '빅딜'을 통해 방산 계열 지분을 넘겨받았다. 당시했던 약속을 위해서라도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성공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가치를 무조건 보수적으로 상정하는 건 한화 입장에선 꺼림칙했다. 

    이제 늦춰진 한화종합화학 IPO의 관건은 미래 전략이다.

    회사측은 수소혼소·수소유통, 친환경 케미칼 제품 사업 등에 방점을 뒀다. 이들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통해 '지속 가능 미래형 기업'으로의 변화와 함께 승계이슈도 매조짓겠다는 복안이다.

    한화 관계자는 "향후 기업의 성장과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상장 재추진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