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판단기준 달라공정위 용역 5달 뒤로30일 아시아나 유증 연기해외 결합 심사도 더뎌… 9곳 중 2곳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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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당초 예상 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달로 예정됐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용역 발표는 5개월 뒤인 10월로 미뤄졌다. 30일 진행하기로 했던 아시아나 유상증자는 연말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경제분석 연구용역’ 종료 시점을 10월 말로 늦췄다.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수행 중인 과제로 양사 통합 후 일부 노선에서 발생할 독과점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30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던 아시아나는 일정을 다시 잡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유증 일정 변경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추후 공시를 통해 일정을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8000억원을 납입해 아시아나 지분 63.9%를 확보할 계획이었다.통합이 진통을 겪는 이유는 유럽, 미주 등 일부 장거리 노선의 독과점 해석 때문이다.양사 통합 후 점유율 50% 이상이 예상되는 국제선은 총 32개. 인천발 LA, 뉴욕, 시카고, 시드니 등 7개 노선은 100%다. 인천발 로마, 푸켓 등 일부 노선은 75%를 넘어선다.해당 노선들은 독과점 기준인 점유율 50%를 넘어서지만, 해석 기준이 분분하다.공정위는 앞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결합 심사에서 노선을 기준으로 했다. ‘청주~타이베이’ 점유율 100% 등이 논란이 됐다.하지만 대한항공측의 판단은 다르다. 공항별 실제 운항 횟수를 뜻하는 ‘슬롯(SLOT)’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외항사와의 경쟁을 고려할 경우 독과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대한항공이 추산한 통합사 슬롯 기준 점유율(인천공항)은 38.5%다.일정 연기로 2023년 말로 계획했던 양사 완전 통합 시기도 늦춰질 전망이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계열 LCC 매각 지시 등 변수도 배제할 수 없다. -
해외 결합 심사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항공은 미국과 EU,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태국 등 기업결합심사 필수 9개 국가에 신고를 냈다. 이중 통과 국가는 대만, 태국 두곳에 그치고 있다.최근 항공시장 독과점을 바라보는 국제적 시각은 보수적인 점도 부담이다. EU는 최근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젯 간 합병에 우려를 표했다. 통합사가 유럽, 캐나다 간 항공편 경쟁성을 떨어트려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두 항공사의 중복 노선은 30여 편 수준으로 EU의 우려에 양사는 합병을 자진해서 포기했다.업계 관계자는 “통합사를 향한 독과점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업계 내에서도 노선, 슬롯 등 판단 기준을 두고 이견이 크다”면서 “거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공정위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