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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가 3년여만에 인하되면서 저신용자들의 대출이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7월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24%에서 연20%로 인하된다.
2018년 2월 27.9%에서 24%로 낮아진데 이어 또 최고금리가 연 4%p 낮아진다. 겉보기에는 서민들의 대출 부담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저축은행들의 문턱이 높아지고 대부업체들이 쪼그라들면서 오히려 저신용자들의 갈 곳이 없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 등은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2018년 11월 이전의 고금리 대출도 소급적용하기로 했다. 선제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춘 곳도 있다.
문제는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저축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금리가 낮아져 그만큼 이자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신 연체나 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고객들에 대해 대출 심사를 강화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과 대부업 경계에 걸려 있는 신용등급 6등급 차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신규 대출을 원하는 고객들은 이자 부담이 줄어서 좋을 수 있지만, 기존 고객들은 높아진 문턱에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 리스크가 큰 고객들은 가급적 받지 않고 안정적 운용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고금리 인하로 더 많은 서민들이 저축은행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일부 저신용자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저축은행 이용이 힘들어진 고객들이 찾아갈 수 있는 대부업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2018년 이후로 수익성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산와머니는 2019년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조이크레디트도 지난해부터 신규 대출을 안하고 있다. 2024년 사업 철수를 앞둔 웰컴론도 신규 영업을 포기한 상태다. OK금융그룹 내에 있던 원캐싱도 2018년 폐업했다. 미즈사랑은 2019년 라이센스를 반납하고 러시앤캐시의 여성 전용 브랜드로 편입됐다. 러시앤캐시도 2024년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대부업 이용자수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감원의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말 221만3000명에서 2019년말 177만7000명, 지난해 말에는 138만9000명으로 줄었다.
대부업 대출잔액도 2018년말 17조3487억원에서 2019년말 15조9170억원, 지난해 말에는 14조5363억원으로 감소했다. 최근 1년간 이용자수는 전년 대비 11.8%, 대출잔액은 3.4% 감소한 것이다.
결국 대부업도 최근 들어 주요 고객층이 7등급에서 6등급으로 상향되고 있다. 7~9등급 차주들이 주로 이용하던 대부업도 잇따른 최고금리 인하로 업계 전체가 쪼그라들면서 7등급 이하는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6~7등급의 저신용자들은 신규 대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7등급 이하는 사실상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지인 대출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우려했다.
과거 2018년 최고금리 인하 당시에도 불법 사금융 이용액이 2017년 대비 3000억원 가량 늘어난 바 있다. 금융당국도 기존 24~20%의 금리로 대출을 받던 고객 중 약 3만9000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이탈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정책자금 지원으로 저신용자들을 최대한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와 서민금융진흥원은 저신용자들을 위해 고금리 대출 대환 상품인 '안전망 대출Ⅱ'를 출시하고, 최저 신용자 대상 정책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15'도 출시하기로 했다.
안전망 대출Ⅱ는 기존에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중인 저신용자가 최고금리 인하로 재대출이 어려워진 경우 대환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햇살론15는 기존 햇살론17을 변경한 것으로, 금리를 17.9%에서 15.9%로 2%p 인하했다.
업계에서는 저신용자들이 정책자금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저신용자들을 위한 정책자금 계획을 발표했지만, 심사가 까다로워 실제로 이들을 얼마나 구제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