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경쟁없는 무혈입성만으로 시공권 따내수익성 크지않은 정부 주도 공공재개발에 관심 보여
  • 삼성물산이 정비사업지에서 과열경쟁 대신 선별수주 전략을 고수하면서 시장평가가 갈리고 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부지역은 정부 목표대로 낮은 분양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환영이지만 일부 중견사들은 자칫 터무니 없는 사업비로 수주를 강요하는일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재건축·리모델링사업지에서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냈다. 도곡 삼호 재건축, 부산 명륜2구역 재건축, 고덕 아남 리모델링 사업 확보에 있어 경쟁이 아닌 단독입찰로 무혈입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까지만해도 반포3주구, 신반포15차에서 건설사들과 맞붙으며 존재감을 과시했으나 올해는 잠잠하다. 일각에서는 클린수주 원칙을 중시하는 내부 분위기 때문에 불법이 난무하는 정비사업지에서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것으로 해석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여러 정비사업지에 관심은 나타내고 있으나 클린수주를 이유로 타 건설사와 맞붙게 되는 것에 부담을 토로한다"며 "불법 OS홍보요원없이 시공권 확보가 쉽지 않고, 의도치 않은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어 경쟁구도를 기피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삼성물산이 경쟁구도를 피하는 상황이다 보니 사업지 매력이 크지 않은 곳만 공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다른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정부 주도 공공재개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과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공재개발 첫 사업지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2구역 시공 관련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SH공사가 사업을 추진하지만 시공사는 주민들이 원하는 민간브랜드 건설사를 택할 수 있다. 이에 SH공사가 건설사 물색에 나섰으나 사업성을 이유로 중견건설사들도 외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흑석2구역 기본 건축 공사비가 3.3㎡당 650만원~700만원 선으로 형성됐는데 건설사들은 공사비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며 SH공사의 사업 제의에 손사래를 쳤다.

    흑석2구역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건설사를 섭외하기 위해선 공사비를 인상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일반분양가가 높아진다"며 "그렇게 되면 인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사업 취지가 퇴색하기 때문에 SH공사 입장에선 섣불리 공사비를 높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중견 건설사들마저 공공재개발 사업 제의를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A중견건설사 관계자도 "요즘 원자재 가격이 높아져 공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도권 재건축 공사비도 700만~800만원대인데 도심 재개발 공사비가 700만원이면 너무 적은 편이다. 수익성을 생각했을때 서울 도심 재개발지역에서 그 공사비로 일할 수 있는 건설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건설사 대부분이 사업에 손을 대지 않는데 삼성물산만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이라도 입지, 클린수주만 가능하다면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며 "흑석2구역 등 여건이 갖춰지는 곳이라면 입찰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물산이 사업성보다 클린 수주에 방점을 찍고 수주에 긍정적 의견을 밝히자 SH공사는 한시름 덜은 분위기다. 1군 건설사를 사업에 참여시키면 공공재개발 사업 홍보 효과는 물론 조합원 만족도를 높여 사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어려움에 처했던 지난 2015년에도 정비사업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적이 있는데 최근에도 비슷한 이유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