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재건축 단지선 매도 문의 '고개'오락가락 정책 혼란↑…전세난 해소 전망도
  • ▲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보미도맨션'. ⓒ연찬모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보미도맨션'. ⓒ연찬모 기자
    "이제와서 규제를 없앤다고 하면 당장 들어올 수 있는 세입자가 몇이나 되겠어요. 애꿎은 사람들만 피해 입은 셈이지"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정부가 지난해 6.17대책에서 발표한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의 폐지를 확정하면서 부동산 민심이 들끓고 있다. 해당 규제가 극심한 전세난을 야기한 만큼 정부의 설익은 정책이 부동산시장에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14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전세매물 정보를 알리는 전단지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불과 한두달전까지도 전세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정부의 재건축 실거주 의무 백지화 발표이후 매도 분위기를 살피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는게 일대 공인중개새무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장 분위기를 살피겠다는 집주인들이 많아 매물이 늘어났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작년 실거주 의무 발표이후 자취를 감췄던때와 비교하면 조만간 하나둘씩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들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내쫓기다시피 떠난 이전 세입자들은 당장 들어올 수도 없는 만큼 이번 발표에 불만이 클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토법안소위를 열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투기과열지구내 재건축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2년이상 실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따라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입주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결국 전세난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강남구의 경우 지난해 6월1일 전세 매물은 7200여건이었지만 반년이 지난 올해 1월에는 2300여건으로 3배 넘게 감소했다.
  •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세 매물 관련 전단지가 붙어있다. ⓒ연찬모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세 매물 관련 전단지가 붙어있다. ⓒ연찬모 기자
    법안이 발표된지 1년만에 재건축 실거주 의무가 없던 일이 됐지만 집주인들과 세입자들은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분양권을 받으려면 실거주해야 한다고 해서 입주했는데 결국 이사비용과 인테리어비용 등에 들어간 수천만원만 날린 꼴"이라며 "당시 입주한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시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정부탓에 금전적·정신적 피해만 입었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소재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주인들의 피해도 크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갑자기 주거지를 옮겨야 했던 세입자들"이라며 "전세 수요가 한번에 몰리면서 매물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기존 직장, 학교와 동떨어진 지역으로 이사할 수 밖에 없었다. 점차 매물이 풀린다하더라도 새 계약 때문에 또 다시 이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재건축 실거주 의무 백지화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전세난 완화 가능성과 관련해 당장 가시적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이번 결정은 현재 전세난을 완화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앞으로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있는 단지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이주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세 매물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주인의 실거주 목적 이동으로 기존 임차인이 퇴거를 해야 하는 불안문제를 낮추고 서울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필요한 지역에 대한 추가규제를 막아 시장혼선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법이 발표되고 1년간 집주인들이 대부분 입주를 마쳤다. 임대차법까지 있어 집주인들이 전세로 옮겨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