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은 단지도 불가 판정, 일부 '관망' 전환재건축규제 불만고조…"부동산시장 더 자극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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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잇따라 안전진단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재건축단지는 상황을 주시하며 관망 모드로 들아선 가운데 시장에선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아파트는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을 받고 탈락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A∼C등급 유지·보수(재건축 불가), D등급 조건부 재건축(공공기관 검증 필요), E등급 재건축 확정 판정으로 나뉜다. 관할구청의 예비안전진단과 용역업체를 통한 정밀안전진단,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통해 통과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 단지는 지난 1985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은 만큼 주민들은 2차 정밀안전진단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국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태릉우성아파트가 재건축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노원구 일대 대다수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노원구에서는 10여개 단지가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상계동 재건축단지의 한 관계자는 "태릉우성은 노원구 재건축 추진 단지의 대표격으로 사업 추진 속도도 가장 빨라 기대감을 모아왔다"며 "이번 2차 정밀안전진단 탈락으로 일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 신중히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의 경우 적정성 검토를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노원구외에도 서울 곳곳에서 재건축 불가판정을 받는 단지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1985년 준공된 서울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는 2018년 2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 지난해말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지난달 국토안전관리원이 진행한 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을 받아 탈락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1단지도 지난 3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행한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으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따라 서울 대다수 재건축단지에서는 구조안정성 가중치 등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어 이같은 불만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시도 현 정부 들어 50%까지 높아진 구조안정성 가중치를 30%까지 낮추달라며 국토교통부에 꾸준히 제안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 불안을 이유로 꿈쩍도 않고 있다. 실제로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관련 "지금 시장이 안정상태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재 서울에서만 재건축을 추진하거나 앞두고 있는 단지가 수백곳인데 아직까지 통과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이는 오히려 주택공급을 더디게 해 부동산시장 불안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