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창립 60주년, 별다른 행사없어61년 창립… 한국경제협의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때 제일의 경제단체에서 잊혀진 단체로 추락
  •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60돌 생일은 쓸쓸했다. 

    창립 60주년 기념일인 지난 16일을 아무런 행사도 없이 그저 하루 쉬는 것으로 보냈다. 

    전경련은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이 1961년 8월16일 전신인 한국경제인협회의 초대 회장에 취임하며 창립일을 정했다. 설립 시점에는 '한국경제협의회'로 출발했으며 1968년 현재 이름으로 변경됐다. 

    한때 재계와 정치권을 연결하는 대표 소통창구이자 경제단체의 맏형으로 불리던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급속도로 위상을 잃었다. 

    주요 기업의 탈퇴가 잇따랐고 정권의 경제정책 파트너의 역할도 대한상공회의소에 내준 지 오래다. 

    겉으로 무덤덤한 것과는 달리 속내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체하라는 비난까지 받는 상황에서 창립 60주년 행사에 큰 의미를 두지않는다"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초라한 현재의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은 5년여간 철저히 배제됐다.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을 비롯해 청와대 공식 초청 행사,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 한번도 초대받지 못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전경련 패싱을 인정한 적은 없지만 "기업과 소통에 있어 특별히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전경련의 쇄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전경련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단체가 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간경제외교 역할에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경유착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당한 요청에 따른 협찬이나 모금활동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이후 전경련은 단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해외국가의 경제단체와 경제교류 활성화에 힘쓰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기업집단지정제 폐지, 최저임금 동결 등을 촉구하는 등 현안 과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패싱기조에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재계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전경련을 바라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이 1970~80년대 경제 고도성장기에 맏형 노릇을 하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 온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여전히 주요 경제현안에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 등에 촘촘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만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제 대표단체 가운데 하나인 전경련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5연임을 통해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 허창수 회장은 "새로운 경제성장의 신화를 쓰는 데 전력을 다하고 전경련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재창립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쇄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