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대출중단, 금융권 도미노 현상될까 촉각2017년 집단대출 규제로 중소건설사 타격 데자뷰 건설사, 이율높은 2금융권 기웃…실수요자 부담↑
  •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농협은행이 신규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하자 분양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은행권 전체로 대출절벽이 현실화되면 분양일정 지연, 공급부족, 거래절벽 등 부작용이 속출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11월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다. 기존 대출 만기연장 외에 대출을 늘리거나 재약정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 내에 맞추라고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이행하기 위해 내린 조치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압박으로 은행권이 대출 중단에 나서면서 분양시장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통상 건설사가 집단대출을 진행해 수요자들의 중도금 마련 부담을 덜어주는데 갑작스런 대출규제로 금융사 알선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특히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 분양을 진행하던 사업지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가 9억원 미만이라 중도금 집단대출이 가능했는데 대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수요자들이 스스로 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분양을 진행 중인 일부 사업지에서는 입주자모집 공고문에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규제로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할 경우 수분양자가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한다’고 명시 중이다. 대전에서도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한 곳이 집단대출규제로 중도금 대출 알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아파트는 정당계약을 진행하면서도 중도금 대출 여부를 확정짓지 못해 당첨자 계약 포기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신규 분양단지에서 집단대출 중단사태가 확산되면 결국 그 피해는 내집마련을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전망이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대거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현금동원력이 풍부한 유주택자들이 분양가로 싸게 주택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분양업계에서는 은행권 전체로 도미노 집단대출 중단이 진행된 것은 아니라 당장의 피해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난 2016년처럼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로 모든 은행권이 대출규제에 나서면 건설사들이 입게 될 피해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정부가 집단대출 심사 강화를 주문해 은행들이 신규 분양 아파트 중도금 대출 승인을 거부한 적이 있다. 1금융권이 대출을 중단하자 건설사들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2~3금융권까지 컨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1금융권보다 금리가 0.5포인트 가량 높았으나 입주권을 포기할 수는 없던 계약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이자를 감당하며 중도금 대출을 받기도 했다"며 "정부가 하는 대출규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건설사들도 이번 집단대출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형 건설사들은 대출처를 구하지 못하면 공사 중단은 물론 흑자 도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초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분양을 아예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분양 계약률이 50% 미만이었던 일부 건설사들은 중도금 납부 유예 등 공사 중단을 막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힘쓴 바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4~5년 전에도 금융권이 집단대출을 중단해 중소형 건설사들이 크게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며 "현재 지방 분양 사업장 곳곳에서도 파열음이 들리는데 이들에 대한 정부의 배려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