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자사주 매입 주가 방어 나서상반기 쉬어간 넥슨, 조직 개편 성과 기대넷마블, 카카오게임즈·뱅크 주식 처분 실탄 확보… M&A 관심 집중
  • ▲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정헉 넥슨코리아 대표,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
    ▲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정헉 넥슨코리아 대표,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
    2분기 나란히 어닝쇼크를 겪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3N(넥슨, 넷마블, 엔씨)의 오너들이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3N은 지난해 코로나 특수로 역대급 실적을 누렸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신작 부재 및 신작 실패 등의 원인으로 실적이 하락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엔씨의 경우 올해 선보인 신작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이하 블소2)’의 부진이 뼈아프게 작용했다. 자사의 대표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신작을 앞세워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퀄리티와 리니지의 시스템을 답습하는 게임성 및 과금모델이 유저들의 반감을 샀다.

    그 결과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 85만 원 부근에서 형성됐던 주가는 한때 59만 90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엔씨의 주가가 50만 원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김택진 대표는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일에는 자기주식 30만 주를 매입하면서 주가 방어에 나섰다. 이는 총 1899억원 상당의 규모로 엔씨 측은 “주주 가치 제고 및 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사태의 발단이 된 블소2의 체질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블소2는 이례적으로 출시 하루 만에 ‘영기(기간제 버프 아이템)’ 시스템을 개편한 것에 이어 전투 시스템 및 편의성 업데이트를 단행하는 등 터져 나오고 있는 유저들의 불만을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블소2의 초기 성과는 예상보다 부진하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블소2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는 지난달 7위에서 최근 3~4위로 점진적 상승세를 시현하고 있다”며 “엔씨가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영기시스템을 없애는 등 노력하고 있어 향후 순위는 좀 더 상승하거나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지난 10일 엔씨는 모바일 IP 5종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안 모색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매년 다수의 신작을 선보였던 넥슨은 올해 상반기 신작을 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이정헌 대표의 주도하에 시작된 조직개편으로 인해 준비 중이던 신작의 출시 일정 및 출시 여부가 조정되면서 상반기를 쉬어가게 된 것.

    게임사의 수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작의 출시가 없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실적은 부진했다. 넥슨의 2021년 2분기 매출은 560억 엔(한화 약 5733억 원), 영업이익은 154억 엔(한화 약 1577억 원)으로 각각 전년동기 대비 13%, 42% 감소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넥슨의 현재 행보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보고 있다. 당장의 신작 출시가 없어 실적은 하락했지만, 신설된 조직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개발 중인 신작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연초 새롭게 조직된 신규개발본부를 통해 개발 중인 신작 9종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공개됐던 ‘테일즈위버M’을 제외하면 장르와 플랫폼의 다양성을 갖춘 신작이 포진돼있는 만큼 넥슨의 체질 개선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표는 “향후 10년, 30년 나아가 50년까지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는 IP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다양한 카테고리의 지속 가능한 IP를 내부적으로 정의하고 발굴 및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내 출시가 예정된 콘솔과 PC의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시작으로 넥슨의 체질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도전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넷마블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방준혁 의장은 적극적인 M&A를 전개 중이다.

    지난달 2일 글로벌 모바일 소셜 카지노 3위 업체 ‘스핀엑스(SpinX)’의 지분 100%를 2조 500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달 9일에는 북미 자회사 잼시티를 통해 캐나다 모바일게임사 ‘루디아(Ludia Inc.)’의 지분 100%를 1억 6500만 달러(한화 약 1925억원)에 인수했다.

    넷마블의 이처럼 공격적인 M&A를 진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성공적인 투자에서 나온다. 넷마블은 지난 2015년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주주로 참여한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난해까지 총 917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뱅크 상장 사흘 만에 투자 지분 40%를 매각한 넷마블은 원금 대비 약 12배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실현했다.

    이어 지난달 12일에는 2018년 카카오게임즈에 약 500억 원을 투자해 확보한 321만 8320주를 전량 처분하면서 약 370%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투자를 통해 거둔 수익을 스핀엑스, 루디아 등의 인수에 다시 활용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은 지난해부터 과금수준을 낮추면서 안정된 DAU를 바탕으로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그 결과 올해 출시한 게임들이 기존 대비 낮은 BM 설계로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일정 수준의 성과(일평균 매출 10억 원 이상)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넷마블은 스핀엑스 인수를 통해 장르적 다변화를 진행하는 등 안정적 성장에 대한 기반을 마련 중”이라며 “이러한 전략은 넷마블과 같이 다수의 파이프라인 보유한 기업들에 유효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