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측 대항매수 3조1000억 풀베팅최창범, 최창규, 최창영 등 일가 총동원MBK 측, 2차 가처분… 초강경 법적 대응영풍정밀 이어 고려아연 매수가 상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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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운명의 날’이 왔다.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마감되는 이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도 대항공개매수에 풀베팅에 나섰다. 주가는 우선 고려아연에 유리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MBK 측이 또다시 공개매수가를 상향할 수 있어 귀추가 모이고 있다.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응모주식 전량을 매수한다고 밝혔다. 당초 고려아연은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주당 83만원에 최대 18%(372만6591주)의 자사주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히면서 응모 지분이 5.87%에 못 미치면 한 주도 사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최소 수량 조건을 없앤 것이다.시장 불확실성을 잠재우고, 자사주 공개매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회심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이 MBK 측보다 높은 가격에 자사주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지난 2일 주가는 70만원 초반에 그쳤다. 주주들이 최 회장 측이 승리하지 못하면 MBK 측이 제시한 주당 75만원에 매도할 기회조차 날릴 수 있어 고민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고려아연은 “추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위험을 질 필요 없이 보유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매각할 수 있다”며 “이는 고려아연 주식 보유자 및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주주와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가격과 매수량에서 고려아연이 모두 우위를 점한 가운데 주가 향방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MBK·영풍 연합은 최소 매수 예정 수량으로 6.98%, 공개매수가로 주당 75만원을 제시했다. 주가가 MBK 측이 제시한 75만원보다 높으면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져 최소 물량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우선 고려아연 주가는 75만원을 웃돌며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4일 오전 10시45분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전일보다 7.01% 상승한 76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려아연과 함께 공개매수가 진행 중인 영풍정밀은 전일보다 21.61% 급등한 3만950원을 기록 중이다.최 회장 측과 MBK 연합 모두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3만원으로 제시하며 주가 상승에 불을 지핀 모습이다. 지난 2일 최 회장은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과 함께 영풍정밀 주식을 3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선언했다. MBK 측도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기존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상향하며 맞불을 놨다.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쩐의 전쟁’으로 확전하며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이번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자금은 총 3조1000억원이다. 고려아연이 약 2조7000억원을, 베인캐피탈이 약 4000억원을 부담한다. 베인캐피탈은 이사회나 경영권 등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다.MBK 측이 또 한 번 공개매수가격 상향에 나설 경우 쩐의 전쟁의 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MBK는 최소 6.9%의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날 정오까지 응모주식수가 이를 밑돌 경우 매수가격을 전격 상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공개매수가를 올리게 되면 공개매수 기한은 10일이 늘어나 이달 14일로 연장된다.MBK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결과는 또 하나의 변수로 지목된다. 영풍은 지난 2일 기각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과 별개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며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배당가능이익 한도’가 새로운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MBK 측은 배당이 아닌 특정 용도로 적립된 임의준비금(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으로 변경하려면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최 회장 측은 상법으로 규정된 배당가능이익 공제 항목만 차감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고려아연은 법적으로나 회계적으로 분명하게 6조원 이상의 배당 가능 이익이 있으며 이를 통한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다”며 “영풍의 2차 가처분은 앞선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재탕’”이라고 비판했다.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의 가격, 수량,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과 배당가능이익 한도 등에 대해선 1차 가처분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2차 가처분에서 위법성을 판단 받겠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