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 유족 기부금 7000억 들어오자 기재부가 발목재검토, 내년 1월까지 마무리 안 되면 2026년 완공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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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이 정부와 함께 추진 중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7000억원을 기부한 것을 계기로 기획재정부가 사업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14일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중앙감염병병원 설립과 관련한 질의에 “기재부의 사업 적정성 재검토가 내년 1월까지 안 되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또 이용호 무소속 의원 역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늦어지고 있냐”고 묻자 정기현 원장은 “현실적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정 원장은 “적정성 재검토를 받는 것으로 확정됐다. 만약 재검토가 내년 1월까지 안 되면 사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설계가 내년 1~3월까지는 돼야 당초 목표인 2026년 완공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중앙감염병병원 역할론에 대한 요구도 동시에 커져 정부가 기존에 중앙감염병병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가의 기부금을 받아 사업비가 커지면서 기재부로부터 적정성 재검토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지난 4월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에 써 달라며 중앙의료원에 7000억원을 기부했으며, 이 중 5000억원은 세계 최고의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써달라고 당부했다.그러나 오히려 선한 취지의 기부금 때문에 사업이 역행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 원장은 지난 8월 국회 토론회에서 “몇천억 들어왔다고 온갖 이해 관계자들이 불나방처럼 붙고 기획재정부는 기부금을 자기 돈인 양 검증하겠다고 나선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바 있다.이날 국감장에서 이용호 의원은 “기부자의 뜻을 구현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들이 협력해야 하는데 국민들이 보기에는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으니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지적했다.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건희 회장의 기부 이후에 오히려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기재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예정보다 늦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