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요소수 품귀②]中에 3분의2 의존…수입처 다변화 '뒷북'

올 9월까지 56.4만t 수입국 '2위'…산업용 97.6% 중국산美·中 갈등속 중국, 호주산 석탄수입 금지, 韓 '날벼락'군수송기 동원 물량확보 안간힘…"수입국 다변화·국내생산"

입력 2021-11-10 10:31 | 수정 2021-11-10 10:34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처를 알아보려고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시장 불안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정부의 늑장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 사태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팬데믹(범유행)으로 가속화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미·중 간 기술패권 다툼이 심화하고 있어 언제든 제2, 제3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요소수 품귀 사태의 배경과 정부의 대응책, 재발 가능성 등에 대해 총정리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한 후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요소수발(發) 물류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요소수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게 빌미를 제공했다. 우리나라는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한다.

10일 코트라와 자동차·화학제조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매년 500만t쯤을 세계시장에 공급한다. 올해의 경우 1~9월 중국에서 생산한 요소의 절반쯤(47.5%)은 인도로 수출됐고, 2번째로 많은 56만4000t(14%)은 우리나라가 수입했다. 올해 수입량이 40.2% 증가한 가운데 중국산은 전체 수입량의 3분의 2쯤을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설명으로는 올 1~9월 요소수 원료인 산업용 요소는 무려 97.6%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이 물류비용이나 생산, 납기 등 여러 측면에서 조건이 좋아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선 롯데정밀화학과 KG케미칼이 요소수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데, 롯데정밀화학 전신인 한국비료는 적자 끝에 지난 2011년 요소 생산을 중단했다.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를 계기로 국내 업체가 다시 요소 생산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중국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국내의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지난달 15일부터 요소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면서 수급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지난달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변경했다. 별도의 검역이나 검사 없이도 수출할 수 있었던 요소와 칼륨비료, 인산비료 등 총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해 10월15일부터 검역을 의무화했다. 국제비료와 요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국의 관련 제품 수출이 급증했는데, 수출을 억제해 국내 시장에 우선 공급하기 위해 관리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중국의 내부 사정과 국제정세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중국 내부에선 지난 9월부터 전력난이 심각해진 가운데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석탄 등 연료원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린 것도 요소 수출 규제와 무관치 않다는 견해다. 요소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생산한다. 코트라 설명으로는 지난달 둘째 주 중국의 요소 생산 가동률은 67.2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포인트(P) 줄어든 것이다. 중국에선 지난달 주요 석탄 산지인 산시(山西)성에 가을 홍수가 닥쳐 현지의 20여개 탄광이 한때 생산을 멈추기도 했다. 느닷없는 홍수가 요소 생산 위축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 중국과 호주 국기.ⓒ연합뉴스

여기에 미국과의 무역갈등 등 기술패권 경쟁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의 전체 석탄 사용량에서 호주산의 비중은 2%쯤에 불과해 치명적인 물량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석탄 수입 물량에서 호주산이 차지한 몫은 25%쯤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원래 중국과 호주는 석탄·철광석 등 원자재 교역으로 끈끈하게 묶인 관계였다. 이런 양국 관계가 틀어진 것은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호주가 미국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호주는 지난해 8월 출범한 미국 주도의 4자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일본·인도와 동참했고, 올해 9월에는 미국·영국과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했다. 미·중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호주의 행보에 불만이 컸던 중국은 지난해 4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코로나19 발원지 문제와 관련한 국제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자 호주에 대한 무역 보복에 나섰고, 급기야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은 중국으로선 전력난을 부채질하는 자충수가 됐다. 중국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 속에 질 좋은 호주산의 대체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친중 정책을 펴왔던 한국으로선 미·중 갈등 구도 속에 유탄을 맞은 격이 됐다. 문제는 중국의 수출 통제가 언제 풀릴지 현재로선 미지수라는 점이다.

▲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해외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민들께선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마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약 후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잡혀 있는 통관 대기 물량이 1만9000t 이상"이라며 "이것만 풀려도 거의 숨을 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시장은 연간 28만t 규모다. 이 중 국내 경유 자동차에 사용되는 물량은 한달에 2만4000∼2만7000t쯤으로 추정한다.

정부는 부처별로 요소수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먼저 이르면 오는 11일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7000ℓ가 긴급 공수될 예정이다. 군 당국은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인 '시그너스'(KC-330) 1대를 10일 오후 5시께 김해공항에서 띄워 11일 국내로 되돌아올 계획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서울청사에서 제2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호주로부터 요소수를 긴급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입물량은 애초 2만ℓ에서 7000ℓ가 더 늘었다.

정부는 베트남 등 다른 요소 생산 국가와도 연내 수천t 도입을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일과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0여개국과 접촉하고 있다. 일부 국가와 수만t 정도 협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면서 "이달에 2만t쯤 들여오면 6000만ℓ로, 요소수 문제가 상당 부분, 단기적으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정부의 공수량이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요소를 요소수로 전환하고, 도입하기로 한 요소수 분량을 더하면 803만7000ℓ쯤인데,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차량용 요소수를 600t쯤으로 봤을 때 환산하면 정부 확보물량 803만7000ℓ는 13일쯤 쓸 수 있는 분량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열흘도 안 돼 동날 거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부처 대응 상황을 보면 산업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제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강, 화력발전, 시멘트업계 등 요소수를 사용하는 주요 업계의 요소수 재고 파악을 끝낸 상태다. 산업부는 아울러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제공할 때 과징금 유예 등 산업 분야의 대기 배출 규제 완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와 요소수 시료를 확보해 성분을 시험·분석 중이며 자동차에 주입해 오염물질 배출 농도 등을 분석한 뒤 이달 중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실험 결과가 이번 주말에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산업용 요소는 상대적으로 불순물이 많아 차량용으로 곧바로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용 요소수 재고가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요소수를 직접 사용하는 업종으로 철강과 화력발전 등이 손꼽히는데 이들 업계 모두 재고가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재고가 1개월 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공급 시 대기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교통부는 8일부터 환경부, 지자체와 시행키로 한 '불법자동차 일제단속과 민간 자동차검사소 특별점검'을 요소수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또한 물류난 현실화에 대비해 철도운송 확대, 비상용 군위탁 차량 100여대 운용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매주 물류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외교부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기존 계약분에 대한 신속한 수출 통관을 요청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현지 공관은 물론 장관 등 최고위급 채널까지 가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8일 0시부터는 요소·요소수에 대한 매점매석을 금지하고, 요소수 제조·수입·판매업자와 요소 수입업자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단속활동에 나섰다. 단속에 걸리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미만의 벌금을 물릴 방침이다.

정부는 이 밖에도 △관세율 인하 △요소수 검사기간 20일에서 3~5일로 단축 △요소수·요소 긴급수급조정조치 등을 시행한다. 긴급수급조정조치는 오는 11일 임시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긴급수급조정조치는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생산·판매업자 등에게 생산·공급·출고 명령을 할 수 있고 판매 방식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마스크 대란' 때 44년 만에 처음으로 이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 화물차.ⓒ연합뉴스

정부는 중장기 대책으로는 △질소산화물 분해 대체 촉매제 개발 △요소수 대체재로 암모니아수를 활용하는 시설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수입처 다변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물류 대란이 발생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어떤 방법을 쓰든 요소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장기적으로 요소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재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고량을 늘리면서 일부라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이번 중국의 수출규제에도 수급상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일본은 요소수 원료인 요소를 국내 생산하면서 중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중동 등에서도 수입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중국만 보고 있을 순 없다"며 "중동 국가하고 몇몇 국가에 수입의 다변화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자동차

크리에이티비티

금융·산업

IT·과학

오피니언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