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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을 건의한 보험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손해보험업계는 올해 실손 적자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어 내년 대규모 판매 중단 사태가 나올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통상 12월께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 여부 및 요율을 결정한다.
원칙적으로 보험료 책정은 보험사 고유 권한이나,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그 수준에 맞춰 업체들이 인상 여부 및 요율을 책정하고 있다.
손보업계는 내년 20~30% 가량의 인상을 원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실손 손해율이 130%에 육박하고 있어, 초과분인 30%에 대한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올초 '1세대(2009년 9월 이전 판매) 구(舊)실손'과 '2세대 표준화실손(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보험료를 모두 6.8∼21.2% 가량을 올렸음에도,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으로 인한 보험업계 적자는 지난해 2조 5000억원, 올 상반기에는 1조 412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올해 적자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있다.
업계는 다초점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건강보험 미적용 진료, 즉 비급여 진료에 대한 소수 과잉 의료 이용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과잉공급이 빈번한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급여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공·사 보험간 관련 논의가 수년째 답보상태인 만큼 손해율에 맞춘 보험료 인상이 선결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손해율이 100%를 크게 상회하는 상황 속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보험사의 적자세가 지속됨은 물론 이 손해율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쌓이게 된다"며 "그러면 보험사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배제한 채 보험료를 갑작스레 대폭 인상시키며 시장의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고, 결국 실손 판매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당국이 이를 수용할 지에 회의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대선 때마다 반복되던 보험료 인하 혹은 안정화 공약이 다시금 거론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완벽히 풀리지 않았고, 소비자 물가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관련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실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글로벌 공급병목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 측 물가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9월말 기준 실손 관련 수치들을 바탕으로 내년 보험 요율을 정하게 되는데, 아직 9월달 통계가 나오지 않을 상황"이라며 "올해 업계 조정 요인들을 검토해 요율 적정성 논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실손 적자세가 지속됨에도 정부가 이를 계속 억누른다면 결국 공급이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며 "일단 보험사들의 보험료를 손해율에 맞춰 올려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비급여 관리 방안이 빠르게 도출될 수 있도록 공·사 보험간 논의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