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이달 말부터 전 종목 대상 전면 재개…1년 4개월만국내 증시 대차거래·신용공여잔고 증가세…변동성 확대 우려“국내 한정 이슈로 증시 영향 제한…외인 복귀·거래 증가 기대”
-
- ▲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관행화된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제도개선을 위해 전면 금지했던 공매도가 이달 말 전면 재개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공매도 재개가 ‘큰 손’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참여 회복으로 이어져 국내 증시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신용·대차잔고가 높거나 단기 급등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1월 전면 금지된 공매도가 1년 4개월 만인 오는 31일부터 국내 증시 전 종목을 대상으로 전면 재개된다.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차잔고, 신용공여잔고 등 공매도 관련 잔고가 높은 종목과 단기간 급등한 고평가된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차잔고는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린 수량, 신용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금액으로 이들 잔고가 높을수록 공매도 재개 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커진다.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전날 기준 국내 증시의 대차거래 잔고 주수와 금액은 각각 13억5061만주, 53조234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지 1년째 되는 날인 지난해 11월 4일(12억9844만주·52조1023억원)보다 4.02%, 2.17% 늘어난 수준이다. 대차거래에 따른 잔고 주수가 13억5000만주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6월 26일(13억5772만주) 이후 처음이다.같은 기간 섹터별로 살펴보면 반도체주 가운데 삼성전자의 대차잔고 주수와 금액은 각각 1억2584만주, 6조858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4일(1억781만주·6조3285억원) 대비 16.72%, 8.38% 늘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의 대차잔고·금액은 14.81%, 10.13%씩 증가했으며 SKC도 각각 28.45%, 12.20% 늘어났다.국내 주요 바이오주 중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차잔고 주수가 199만주에서 247만주로 23.83% 급증했고 셀트리온과 HLB도 각각 18.50%, 2.62% 확대됐다. 이들 중 HLB는 대차잔고 금액도 37.13%(6224억원→8535억원) 증가했다.조선·해운업계에서는 HMM의 대차잔고 주수가 28.88%(1323만1907주→1705만3354주) 늘었고 ▲HD현대미포(26.33%) ▲한화오션(25.85%) ▲삼성중공업(12.33%) 등이 동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한화오션은 대차잔고 금액이 295.93%(798억원→3159억원)나 급증했으며 ▲삼성중공업(67.67%) ▲HMM(49.01%) ▲HD현대미포(32.04%)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자동차주의 경우 현대모비스(110만2500주→145만9812주)와 기아(818만6026주→923만4889주)의 대차잔고 주수가 각각 32.41%, 12.81% 늘었으며 원전주 가운데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68.07%(1133만1828주→1904만4901주), 비에이치아이는 25.24%(12만6419주→15만8333주) 증가했다.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수혜 기대감과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증액 등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방산주들도 대부분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차잔고 주수(111만주→140만주)와 금액(4066억원→9826억원)이 각각 26.52%, 141.66% 늘었고 한화시스템(19.26%·101.52%)과 현대로템(11.57%·57.29%)도 증가했다.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대차잔고 주수는 10.25% 감소했지만, 금액이 5.85% 확대됐다.이차전지주들의 경우 가장 높은 증가세를 시현했다. 에코프로머티의 대차잔고 주수는 75만주에서 239만주로 217.54% 폭증했고 ▲엔켐(85.78%) ▲LG에너지솔루션(63.85%) ▲SK이노베이션(53.43%) ▲엘앤에프(42.00%) ▲에코프로비엠(30.06%) ▲삼성SDI(23.43%) ▲포스코퓨처엠(21.73%) ▲LG화학(12.12%) ▲SK아이이테크놀로지(1.90%)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또한 전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8조2331억원으로 지난해 11월 4일 17조9438억원보다 1.61% 늘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0조3803억원, 코스닥 시장 7조8528억원으로 집계됐다.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 증시에서 신용잔고가 급증하기 시작한 업종은 조선, 기계(원전·전력·건설·로봇), 상사자본재(방산·지주), 건강관리, 반도체, IT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이다. 특히 조선은 신용잔고가 지난해 10월 2400억원 수준에서 연말 랠리를 거치며 5200억원 수준까지 급등했다.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해당 업종들 내 영업이익 추정치가 하향됐음에도 순매수가 유입됐다”며 “신용잔고가 급등한 종목이 공매도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최근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들도 공매도 재개로 변동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많이 오르고 비싸진 주도주에 대한 공매도가 늘어나며 지수는 일부 반등 폭을 되돌리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공매도 주 대상이 되는 종목은 주가가 많이 올랐고, 비싸진 종목, 특히 업종 내에서 비싼 종목들인 ▲삼양식품 ▲두산 ▲LS ELECTRIC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천당제약 ▲네이처셀 ▲SKC ▲더존비즈온 ▲유한양행 ▲고려아연 등”이라고 밝혔다.다만,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재개가 국내 증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는 주식시장의 가격 형성 효율성을 제고하는 바, 저평가된 주식의 매력도를 부각시킬 수 있다”며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의 개별 종목 롱숏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므로 한국 주식시장 거래량 확대도 기대해 볼만하다”고 설명했다.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는 국내에 한정된 이슈고 주도주는 글로벌 테마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주도주 전체의 흐름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지난 2021년 공매도 재개 때와 비슷한 ‘주도주가 계속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