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 자산 청산 마무리 … 日낸드도 정리현금자산 11.2조 쌓아올려 … 유동성 확보 성공AI 리딩기업 굳히기 … HBM 등 고부가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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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판매 호조, 리밸런싱(사업재편)을 통해 빠르게 현금을 늘려가고 있다. 확보한 현금을 고대역폭메모리(HBM) 설비투자에 집중,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1위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5일 SK하이닉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곳의 자회사를 연결대상에서 제외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상하이 판매법인과 이탈리아 반도체 연구센터, 메모리솔루션 동유럽, 키파운드리 대만법인 등 4곳을 청산했고 미국투자회사를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 합병했다. 또한 시스템IC 우시법인과 자회사 시스템IC 우시 솔루션스 지분 2곳의 지분을 매각하며 연결대상 종속회사에서 뺐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중 일본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의 청산도 마무리 짓는다는 구상이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은 과거 미국 인텔로부터 낸드플래시 사업부(현 솔리다임)을 인수할 때 함께 인수한 지역별 판매법인 중 한 곳이다.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HBM 수요 증가에 따른 영업 호조, 자산매각 등으로 실탄을 쌓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의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1조2051억원까지 증가했다. 전년 동기 47.7% 증가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말 29조7959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전년 4조2782억원과 비교하면 7배 가량 늘었다. 특히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은 2023년 6조6889억원에서 지난해 31조2508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AI 시대가 본격 열리며 가파르게 늘어난 HBM 수요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는데, 4분기 HBM 매출만 전체 D램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여기에 영업 외 수익으로만 약 1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시스템IC 우시법인 지분매각 이익을 포함한 기타영업외 순이익이 8700억원과 함께 환율 상승 효과로 인한 외환관련 순이익 6200억원 이득을 봤다. 

    SK하이닉스의 실탄 비축은 AI 반도체 1등 왕좌를 수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하고 경쟁력을 가진 고부가가치 HBM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올해 투자 규모는 고객과 협의된 HBM 물량 공급과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 인프라 확보를 중심으로 작년 대비 다소 증가할 것”이라면서 “HBM과 인프라 투자가 전체 투자 중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속되는 대미 투자 압박도 SK하이닉스가 실탄을 쌓는 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보조금 지연 등을 무기로 삼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실제 전날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에 1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SK하이닉스 또한 대미 추가 투자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SK그룹이 전 사적으로 추진 중인 리밸런싱, 운영개선(O/I) 작업의 일환으로도 평가된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사업재편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낭비되는 자원을 재배치하고 중복되는 업무를 합치는 등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리밸런싱 작업과 현금 확보는 단기적 재무 안정성을 넘어 HBM 투자 확대를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대미 투자 압박과 같은 외부 불확실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