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전통 강자 대형마트 수익성 악화·백화점 성장 둔화실적 부진 이커머스 C커머스 공세 확대에 위기감 고조유통 전망지수 3개 분기 연속 하락세 … 신용 전망도 부정적
  • ▲ ⓒ홈플러스
    ▲ ⓒ홈플러스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신청하면서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고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온라인 쇼핑 시장의 영향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사태는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닌, 대형 유통업체들이 직면한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이다. 문제는 이미 수익성이 악화돼 기초 체력이 약해진 유통업체들이 올해 산업 전망까지 어두워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대형마트, 백화점 수익 감소 … 이커머스 적자 심화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2023 회계연도에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롯데마트의 영업이익도 25.5% 감소한 650억원에 그쳤다. 대형마트 업계는 10년째 이어진 의무휴업일 규제와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속에서 성장세가 둔화됐고 지난해 말 통상임금 지급 판결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겹쳐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던 백화점 업계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5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의 68개 점포 총 매출은 39조8003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명품 소비 둔화 등으로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도 쿠팡을 제외하고는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되며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이커머스 기업들의 영업손실 규모는 11번가 754억원, SSG닷컴 727억원, 롯데온 685억원, G마켓 674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도 유통업계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의 중국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가성비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통해 결제한 금액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4조2000억원 규모다.
  • ▲ 롯데마트 천호점 ⓒ롯데마트
    ▲ 롯데마트 천호점 ⓒ롯데마트
    ◇ 올해 전망 어두워, 소비시장 위축 지속

    문제는 올해 유통업계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77로 지난해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R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 회복을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는 의미다.

    업태별로 백화점(91→85), 대형마트(90→85), 슈퍼마켓(81→76), 편의점(74→73) 모두 낮은 기대감을 보였다.

    이렇다보니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2025 인더스트리 아웃룩에서 유통산업의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 소비 침체가 지속되고 오프라인 수요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소매판매 지수는 올해 1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0.7% 감소한 이후 12월에 소폭 반등했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미·중 무역 갈등 심화, 수출 둔화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시장과 소비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경제 여건은 유통업체들의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은 매장 축소 및 점포 폐쇄를 검토하고 있고 인력 감축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일부 대형 유통업체는 비효율적인 점포를 정리하고 점포 운영 방식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고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점포 축소, SSM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지만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며 "이번 사건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업체들에게도 경고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