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조합 사실상 1대주주, 경영참여 계획 없어두나무, 자금력 막강해도 비가격요소에 밀려 1%만4% 거머쥔 유진PE, 유진그룹 금융사업 확대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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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에서는 흥행 돌풍을 일으킨 우리금융지주 지분 10% 매각에 대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지배구조 안정화와 금산분리 원칙 등을 종합 고려해 당초 예상보다 지분을 쪼개 팔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매각으로 유진 프라이빗에쿼티(PE)가 우리금융 경영에 새롭게 참여하고,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사실상 1대 주주로 올랐으나 당분간은 기존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중심의 지배구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22일 금융위원회 산하 공자위는 우리금융 지분 9.3%를 유진PE(4%),  KTB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1%) 등 5곳에 나눠 팔기로 의결했다.

    시장에서는 당초 ‘4+4+2’나 ‘4+4+1+1’씩 지분을 나눠 매입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많은 기업들이 입찰에 몰리고, 지배구조와 비가격요소 등을 반영해 지분을 더 나눈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법상 비금융주력자는 금융사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를 넘기면 금융당국의 깐깐한 대주주 적격심사를 통과해야한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 4명 모두 금융주력자로 분류된다. 

    이번 우리금융 잔여지분(9.3%) 매각에 투자의향을 접수한 곳은 총 18개 투자자로 최대 매각물량의(10%)의 4.8배~6.3배 수준이었다. 

    이중 지난 18일 본입찰에 참여했던 9곳 후보 중 예정가격을 웃도는 입찰제안은 총 7곳으로 최대매각물량의 1.73배였다. 

    본입찰에 참여한 후보 중 ST인터내셔널과 호반건설, 하림그룹 등은 입찰가와 지배구조 등에 부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입찰에 참여한 후보 중 일부는 지분매입 가격이 낮거나 지배구조(사외이사 추천권) 영향 등이 종합 고려돼 최종 인수자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자위는 이번 매각 결정에 가격요소 외 비가격요소를 일부 반영했다. 비가격요소 반영 비중은 공자위가 정한 객관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됐다. 공적자금 회수 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등 민영화 3대 원칙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유진그룹 계열사인 유진PE는 우리금융의 새로운 과점주주에 오르며 사외이사 추천권 등 경영권 참여를 보장받았다. 유진PE의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진PE는 우리금융이 금리인상에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고, 향후 비은행 금융계열사 추가 인수와 주가상승, 배당 등을 통한 이익을 누릴 것을 기대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이사회 참여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금융사업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유진PE가 ‘성장성을 염두에 둔 단순 투자’라는 분석과 ‘유진그룹의 은행업 진출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으로 갈린다. 

    유진그룹은 금융업 진출을 노렸으나 좌초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7년 유진PE와 손잡고 유진저축은행(전 대영저축은행)을 인수했다가 올해 KTB투자증권에 매각했다. 

    유진그룹 지주사격인 유진기업이 레미콘 담합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주주적격성 심사 통과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전에선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신규 주주 합류도 눈에 띈다. 

    두나무는 최근 증권, 금융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지분을 확보해 가상화폐거래소로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나무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입찰 업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으나 비가격요소에 밀려 1% 지분확보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자위가 가상자산거래소 업계의 신생사인 두나무의 빠른 제도권 진입에 거부감을 갖는 등 비가격요소를 감안해 1%의 지분만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지분 1%를 낙찰받은 얼라인파트너스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출신 이창환 대표가 설립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다.

    현재 우리금융의 3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은 이번에 지분 1%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국민연금과 함께 사실상 1대 주주(약 9.8%) 지위에 오르게 됐다.  

    다만 우리사주조합은 사외이사 추천권 확보나 경영참여와 관련한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 

    이번 매각이 종료되면 예보의 우리금융 보유 지분은 5.8%로 줄어들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며, 우리사주조합, 국민연금에 이어 우리금융 3대 주주가 된다. 

    또 우리금융의 새 사외이사로 유진PE가 추천되고, 예보가 추천하는 비상임이사 1명이 제외된다. 다만 기존 사외이사(IMM‧한국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키움증권‧푸본)와 함께 과점주주 중심의 지배구조가 유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