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와 맞붙는 카드사들, 신사업 기대자회사 설립, 스타트업 인수도보험사, '1사1라이선스' 풀리면 특화운영 가능
  •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6대 금융협회장과 간담회를 열었다.ⓒ금융위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6대 금융협회장과 간담회를 열었다.ⓒ금융위
    금융당국이 시대흐름과 맞지 않는 금융규제를 대폭 손질하기로 하면서 2금융권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로 위기감을 키우던 업계는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올해 6월부터 8개 금융권 협회로부터 받은 234개 건의사항을 토대로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세부과제를 추려 금융규제혁신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혁신회의에서 "금융산업이 역동적인 경제의 한 축을 이루며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규제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어떠한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근본부터 의심해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과제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금융사는 그동안 금산분리 원칙으로 금융외에 다른 업종에 진출할 수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사는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은행 15%, 여신전문금융사·저축은행·금융투자회사 2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비금융사 지분 제한 조건이 완화되면 금융사들은 비금융 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인수가 보다 쉬워진다. 빅테크에 맞서기 위한 디지털 전환이 최대 숙제인 금융권에서는 금산분리 완화에 거는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급결제 시장에서 빅테크들과 직접 맞붙는 카드사들은 자회사 설립이나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신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다. 그동안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카드사들은 제휴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등을 통해서만 신사업에 진출해왔다.

    보험사들도 상조·장례업 진출과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상조 상품이 생명보험사 상품과 연관성이 높고 상조업계 소비자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이 상조 사업을 하길 원했으나 금산분리 벽에 막혀 좌절됐다.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 과제도 보험업계의 관심사다. 최근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서비스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지만 의료법상 의료행위의 개념이 모호해 서비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을 위해 의료법의 탄력적 운영을 요구해왔다.

    '1사1라이선스' 규제 완화도 세부 과제로 언급됐다. 1사1라이선스는 금융그룹 1곳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각각 1개만 설립해 운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라이선스 규제가 완화되면 그룹 내 보험사를 여럿 두고 고객이나 상품별로 특화해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활로를 찾아기 위해선 신사업 진출이 필요하다"며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좀더 폭넓게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