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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관료 출신 회장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를 잘 아는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 하나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제 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에 공식 출마하겠다고 16일 밝혔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의 임기가 내달 20일 만료될 예정이다. 박 회장을 비롯해 역대 회장들 대부분이 관료 출신이었다.
민간 출신으로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던 이순우 17대 회장이 유일하다.
이번 선거에도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정완규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홍영만 전 캠코 사장 등 관료 출신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해선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9기로 산업부와 금융위, 금감원 등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을 역임했다.행시 34기인 정완규 전 사장도 금융위 등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원장과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을 했었다.
홍영만 전 사장은 행시 25기로 재경부와 금융위 등을 거쳐 캠코 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60년생)가 직접 출마 의사를 밝힌 것.
오화경 대표는 “주변의 권유로, 회장 출마를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라며 “그동안 관료 출신 회장들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해 이제는 업계에서 회장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라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HSBC은행 전무와 아주저축은행 대표, 아주캐피탈 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8년 3월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에 올라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연임한 저축은행 전문가다.
오 대표는 가장 시급한 문제로 업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축은행들은 지역별·규모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통일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하나의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에 위치한 저축은행간 양극화 심화는 업계의 가장 큰 현안이다.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JT저축은행 등 대형사와 지방 중소형사간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이에 양극화 심화 해소를 중요한 해결 과제로 꼽은 것이다.
또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부정적 이미지를 제고하고, 엄격한 규제를 완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대표는 “저축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도 좋지 않다”라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고금리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성장하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고전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에 대한 엄격한 영업규제가 타업권과 형평성을 맞추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제18대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에서는 7명의 후보가 경쟁했다. 이전에는 경선 없이 단독 후보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지만 관료 출신 박재식 회장이 업계 출신 남영우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를 결선 투표 끝에 승리했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오화경 대표가 관료출신 후보들을 물리치고 첫 업계출신 저축은행중앙회장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재식 회장은 연임 도전 여부에 대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저축은행중앙회는 아직 선거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선거 공고를 내면 일정이 본격화되지만, 아직 회추위가 구성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선거 공고는 선거일 2주일 전에 이뤄지며, 선거 7일 전까지 후보들은 지원할 수 있다. 회추위에서 심사와 면접 등의 검증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를 단수 또는 복수로 추천하게 된다. 이후 정기 총회에서 79개 회원사가 1사 1표 방식으로 투표해 3분의 2이상 득표를 얻은 후보자가 3년 임기의 중앙회장으로 최종 선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