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 120여곳…1년새 2배 늘어DL이앤씨 이어 SK에코플랜트까지 사업진출 본격화업계선 일감쏠림 우려…중견사 "상생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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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도 시공권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중견·중소건설사들의 대표먹거리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대형건설사들도 속속 사업에 뛰어들면서 수주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지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완료하거나 진행중인 사업장은 총 123곳으로 지난해 3분기 60여곳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종전 형태를 유지하며 소규모로 정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뜻한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정비구역지정 및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가 생략돼 사업기간이 짧은 게 특징이다.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 아파트 경우 단지 규모가 작고 커뮤니티시설도 대단지에 비해 부족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정부가 잇따라 규제완화에 나서면서 매년 추진사례가 늘고 있다.2016~2017년 15곳 내외에 불과했던 전국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건수도 2018년 84곳, 2019년 112곳, 2020년 165곳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이에 따라 올해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해 온 대형건설사들도 가로주택정비사업까지 수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DL이앤씨는 지난 4월 인천 용현3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하며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최근 경기 성남 금광동1·2단지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며 가로주택정비사업 진출을 알렸다.시장에서는 대형건설사들의 잇따른 사업참여를 반기는 분위기다. 1군 브랜드 적용이 수월해진 만큼 시공사선정 과정에서도 대체로 대형건설사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이달 대치선경3차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가로주택정비사업 최초로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다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주요 먹거리로 삼아온 중견·중소건설사들은 높아진 수주 문턱에 이들의 참여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1군 브랜드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도 점차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실제로 중견건설사의 경우 올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분양물량은 3만4558가구로 전년(5만9838가구) 대비 42.2% 줄어드는 등 극심한 수주난을 겪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대형건설사들의 참여를 일정부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대형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사업에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면서 수도권은 물론 지방사업장에서까지 역량 있는 중견·중소건설사들이 외면받고 있다"며 "업계 상생을 위해서라도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대형건설사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