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교수 "대선 후보가 관련 법령을 무시한 정책 남발" 질타 포퓰리즘에 무너진 건강보험 원칙… 급여화 우선순위도 사라졌나MZ세대 옹호 분위기 형성에 우려… 가족에게 화살로 돌아올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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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탈모 공약이 국민건강보험법을 근거로 하는 ‘절차적 공정성’에 위배됐다는 지적이다.현행 법상 의약품 급여화는 비용 대비 치료 효과부터 건강보험 재정 현황을 아우르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해 독단적 처리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6일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은 본보를 통해 “탈모 공약의 가장 큰 문제는 대선 후보가 관련 법령을 무시한 채 정책을 남발한 것에 있다”고 밝혔다.실제 의약품이 건강보험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제약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신청을 하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거쳐 의결된다. 이 과정에서는 비용효과성 등을 따져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진다.이후 건강보험 최고 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보건의약 각계의 대표가 모여 해당 안건에 대한 회의를 진행한다. 최종적으로 복지부가 약제급여목록 고시를 개정하며 마무리된다.이 교수는 “하나의 의약품이 건강보험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수많은 절차가 존재하고 일련의 과정에서 다양한 연구자료와 근거가 제시된다. 이를 무시한 채 특정약을 급여화하겠다는 공약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절차적 공정성에 심각한 위배가 있다”는 그는 “누구라도 법령과 절차를 묵인하고 독단적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모약보다 항암제가 먼저… 보편타당한 우선순위탈모 공약은 절차적 공정성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화의 우선순위도 배제돼 논란이 가중된다.쉽게 말해 ‘국가가 탈모약을 보장해주느냐, 항암제를 보장해주느냐’의 가치판단에서 고민의 여지는 없다. 보편타당하게 암환자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되는 것이 먼저다.급여화 우선순위는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되지만 필수의료와 중증질환 중심을 설계되는 것이 합당하다. 비단 암환자뿐만 아니라 각종 희귀, 난치질환자들도 신약이 건강보험 제도권에 진입하길 학수고대하며 하루를 버티는 실정이다.건강보험 제도권 진입의 문제는 이재명 대선 후보가 언급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과 가치를 둔 국민건강권과 직결되는 영역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 논의도 안 된 사안인데도 관련 기업의 주가만 요동치는 부작용이 벌써 발생했다.특히 암환자들의 박탈감은 분노로 바뀌었다.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생명권을 수호해준다던 건강보험이 정치인들이 선거 때 마다 표를 얻기 위해 활용되는 도구로 전락했다. 생색내기용 공약을 남발하고 실행한다면 중증 환자들은 사지로 내몰리게 된다”고 우려했다.이어 “문케어의 핵심인 초음파, MRI 급여화가 진행되는 동안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 비율은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한정된 재정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탈모 공약을 꺼내든 것은 우선순위를 배제한 포퓰리즘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탈모 공약은 화살이 돼 돌아올 것우려와 달리 탈모 공약은 MZ세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일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거대책위원회가 2030세대로부터 제안을 받아 이재명 후보에게 건의한 공약 중 하나로 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전파되고 있다.문제는 바로 이 탈모 공약이 MZ세대의 가족에게 독(毒)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윤인모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외래교수(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현행 건강보험의 틀을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놓여 있는데 정반대로 향하는 탈모 공약이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의료비 비중이 급상승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이 지켜줘야 할 영역이 방대해지고 있는데, 재정은 제한적이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보험료 징수와 고갈의 문제 역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그는 “탈모 공약은 이를 지지하는 자들의 가족에게 화살로 되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필수의료가 아닌 동떨어진 영역에 재정을 낭비한다는 것은 어느 국가도 추진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