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이자 구분 없어계좌=돈자리, 적금=준비저금, 임금=생활비전성카드·나래카드 등 선불카드 사용스마트폰 간편결제 '울림 2.0', 자체 암호화폐 '고려코인'
  • 클릭 몇번으로 지구 반대편 나라 주식도 살 수 있는 요즘, 북한에도 주식시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없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극도로 제한된 범위의 개인소유만 인정하기 때문에 모든 자연자원, 철도·항공·운수·체신·중요 공장·기업소·항만·은행 등은 국가 소유다.

    주식시장이 없다고 해서 금융산업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북조선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통화정책도 펼치고, 예금·대부업도 벌인다. 해외 투자기업들을 위해 조총련이나 중국 인민은행이 출자해 만든 합영은행도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자금공급, 신용, 화폐유통 등을 비롯해 전반적인 부문에서 금융기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금융·자본시장이 개방되면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인력과 자원, 한국의 경험과 자본이 결합하면 굉장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남북한의 금융용어는 분단 이후 많이 달라졌다. 급격한 금융성장을 이룬 한국은 새로운 금융·경제 패러다임을 받아들여 수많은 외래어를 만들어냈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했다.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을 비교했을 때 경제 관련 전문용어의 일치도는 16.6%에 그친다. 한국 경제 전문가가 10개의 경제 전문용어를 말했을 때, 북한 경제 전문가는 머리를 끄떡이지만, 정확히 알아들은 용어는 2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계좌를 '돈자리'라고 부른다. 기관, 기업소 또는 개인이 은행에 맡겨놓고 돈거래를 계산하기 위하여 설정한 계산 자리라는 뜻이다. 휴면계좌는 '수면돈자리'라고 한다.

    또 금리와 이자(리자)의 구분이 없다. 북한 사전에는 금리를 리자(利子)와 동의어로 처리하고 있다. 대부금에 대한 이자률은 '대부리자률'이라 하고 예금 이자률은 '예금(저금)리자률'이라고 한다. 연체 리자률이라는 단어도 사용하며 적금은 '준비저금'이라고 칭한다.
  • ▲ 카드로 약수를 구매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연합뉴스
    ▲ 카드로 약수를 구매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연합뉴스
    금융정보시스템을 북한에서는 금융봉사정보체계라고 한다. 우리처럼 24시간 온라인으로 복잡한 업무를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사금융을 공공 부문으로 흡수하기 위해 전자금융, 모바일금융 등 새로운 방식의 금융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중앙은행의 '전성카드'는  북한 돈인 원화를 충전해 사용하는 선불카드다. 또 조선무역은행의 '나래카드'는 외화를 은행에 예치하면 북한 원화로 환전해 카드에 충전한 뒤 평양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용 간편 결제시스템인 '울림 2.0'은 전성카드와 나래카드, 무역기관 발급카드 등을 등록해 쓸 수 있다.

    개인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은 없지만, 대부업체는 있다. '돈주'라고 부른다. 돈을 틀어쥐고 있는 주되는 사람이란 의미다. 일상적으로 신흥 부유층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된다. 돈주는 대부업 외에도 무역이나 장사, 환전업 등을 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은행에 대한 불신이 높아 이들 돈주가 대출, 송금, 환전 등을 대행한다고 한다.

    북한에는 소득이란 개념은 있지만, 임금은 없다. 노동에 대한 댓가를 '생활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생활비 분배의 원칙은 ‘노동의 양과 질에 따른 분배’로 정리할 수 있다. 노동의 질에 따른 분배 방식에는 ‘생활비등급제’가 있고, 노동의 양에 따른 분배 방식에는 ‘도급지불제’와 ‘정액지불제’가 있다. 도급지불제는 노동량 산출이 가능한 경우에 활용하며 정액지불제는 반대의 경우 지불한다.

    북한 노동자의 생활비는 평균 2000~4000원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쌀 1kg 정도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전체 생활비(월급)의 20~30%는 각종 세금과 공제로 사라진다. 대외적으로는 세금 제도가 없으나 세외부담으로 불리는 준조세 형태로 부과한다. 발전소 지원금, 김일성-김정일 기금, 충성의 외화벌이 기금 등 그 종류만 수십가지가 넘는다. 대부분 북한 노동자는 국영기관 및 기업소에 적(籍)을 두고 실제 수입은 건설장의 일용직 노동이나 시장 영역에서의 경제 활동을 통해 얻는다.

    북한은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를 이용한 송금과 경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고려코인'을 개발하기도 했다. 정부차원에서 대규모 비트코인 채굴 사업도 비밀리에 추진했다고 알려졌지만, 큰 성과를 올리진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