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아파트 매매건수 4.2만건…전년비 48% 줄어대출 강화로 매월 급감…급매물 제외하면 거래 '올스톱'대선 이후까지 관망세 예상…집값 급락 가능성은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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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및 금리인상 등 여파로 주택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서울 부동산시장이 '거래 빙하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여기에 오는 3월 대선 이후 부동산정책 변화 등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서울 대다수 지역에서 급매물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래가 끊긴 가운데 시장에서는 대선 이후인 1분기까지 극심한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연간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매매기준)는 4만2242건으로, 전년(8만1199건) 대비 약 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4만1079건)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월별 거래건수를 살펴보면 1~8월까지는 매월 3600~5700건을 유지했지만 이후에는 9월 2705건, 10월 2202건, 11월 1366건, 12월 1097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장벽을 높인 것이 주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 중저가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경우 하반기 들어서는 감소폭이 커졌다. 지난해 9~12월 노원구 아파트 거래건수는 507건으로, 2020년 2111건과 비교해 무려 76%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도봉구(1008건→472건)와 강북구(264건→100건) 아파트 거래건수도 각각 73.8%, 78.8% 감소했다.

    연일 거래가 줄어들면서 매물도 자연스럽게 쌓이는 모습이다. 지난 28일 서울 아파트 매물건수(매매기준)는 4만7000여건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6%가량 늘어났다.

    노원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 서울 전역에서 집값이 크게 오른데다 하반기에는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영향으로 매수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집값 상승분을 고려해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수천만원씩 내리고 있지만,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아니면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이같은 매수심리 위축에 따라 하락 전환됐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0.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5월 넷째주(-0.02%) 이후 1년8개월 만에 하락 전환된 것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북 지역 14개구 전체가 하락 전환했으며, 강남 지역에서는 송파구가 보합세를 나타냈고 강동구와 동작구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여야 대선후보들이 잇따라 부동산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대선이 끝나는 1분기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규제 완화를 비롯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확대 등 개발공약이 쏟아지고 있다"며 "연초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조기 도입되고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면서 수요자들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진데다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도·매수자간 눈치보기 양상이 더 깊어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 연휴를 넘어 뚜렷한 부동산정책 기조가 나올 때까지는 시장의 관망세와 함께 극심한 거래침체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원감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연초 눈치보기 장세가 지속되며 거래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상반기까지 시세보다 싼 매물만 팔리는 '급매물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수요자들은 거래절벽 장기화를 앞세워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점치는 모습이다. 

    다만 대선 이후 부동산정책 방향 및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등 여파로 하반기에는 또 다시 집값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 아파트의 입주 물량 감소와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종료 후 나올 신규 전세 거래의 파급력 등 변수도 만만치 않아 다른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