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목표치 60% 달성…주택공급 '패러다임 변화' 자평정부지정 50만가구, 후보지 불과…실제공급까진 '산넘어 산'지역민 반발 여전, 실제 개발 불투명…재건축-재개발 등 활용 주장도
  • ▲ 지난달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효창공원앞역 인근. ⓒ연합뉴스
    ▲ 지난달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효창공원앞역 인근.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2월 내놓은 주택공급 정책 '2.4대책' 1주년을 앞두고 '목표치의 60%를 달성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놨다. 이같은 정부주도 공급대책이 효과를 내면서 최근 부동산시장이 안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반응이 정반대다. 정부가 후보지로 꼽은 지역에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더라도 실제 입주까진 최소 3~4년이 걸리는데다 공공개발에 대한 주민반발 등 난관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역량을 활용하고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단기 공급 확대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3080+ 공급대책 발표 1주년'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대책 발표후 1년도 되지 않아 2025년 목표 물량인 83만6000가구의 60% 수준인 50만3000가구의 후보지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3080+ 대책은 서울 30만, 전국 80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뜻이다.

    이어 국토부는 "공급 확대 정책과 함께 금융, 통화 정책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최근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이 1년 8개월만에 하락 전환하면서 집값 조정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지난 1년간 지정한 주택공급 후보지 숫자만으로 2.4대책의 성과를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지정한 50만가구는 말 그대로 '후보지'일 뿐, 실제 주택공급 실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하락 전환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 역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앞둔 '눈치 보기' 장세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정부가 발표한 50만3000가구 중 33만3000가구는 신도시 등 신규 택지와 사전청약이다. 그린벨트나 농지 등을 택지로 조성하고 아파트를 짓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신규 택지는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로 논란이 됐던 광명 시흥지구 7만가구도 포함됐다. 정부는 LH 투기 사태가 터지고서 시흥지구 개발을 보류했다가 지난해 말부터 재추진하고 있다.

    사전청약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청약 수요자에게 '예약티켓'만 잔뜩 뿌리는 꼴"이라는 비판도 있다.

    신규 택지와 사전청약을 제외한 2.4대책 후보지는 17만가구로, 계획 물량(47만2000가구)의 36% 수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 정비사업 등을 통해 대책 이후 발표된 도심 내 물량은 17만가구로, 일산과 분당 신도시를 합친 정도의 압도적 물량"이라고 강조했다.
  • ▲ 지난해 3월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와 일산연합회가 기자회견에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과 3기 신도시 사업의 즉각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3월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와 일산연합회가 기자회견에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과 3기 신도시 사업의 즉각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설명과 달리 실제 시장에서는 체감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는 신속한 개발과 투기 방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LH 등 공공이 개발을 주도하는 것을 전제로 용적률 완화와 조합설립, 사업계획인가 등 각종 절차 생략 등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그동안 사업성이 낮아 개발이 안 됐던 지역이 대거 공급 후보지로 포함됐다.

    정부는 지금까지 8차에 걸쳐 총 76곳을 후보지로 지정,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10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구 지정이 완료된 곳은 1만가구 규모에 불과하다. 나머지 9만가구는 여전히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뽑은 후보지 76곳 중 40곳이 넘는 지역에서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10곳은 국토부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국토부는 해당 자료에서 "2.4대책은 도심 내 압도적 물량을 신속하게 공급한다는 점에서 주택공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후보지 대부분은 실제 개발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며 "주민 설득과 사회적 합의 도출 등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순히 '사업지 발굴'과 '지구 지정'을 높은 성과로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주민동의율이 60%를 넘더라도 이들이 보유한 토지 면적이 전체 사업지의 20%에 불과해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도심 내' 공급을 강조했지만, 2.4대책 전체 목표 물량의 3분의 1가량은 도시 외곽에 신도시를 짓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LH 사태의 배경이 됐던 광명 시흥지구를 비롯해 정부는 대책 발표 이후 25만9000가구를 신도시 건설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전체 목표 물량의 31.0% 해당한다.

    2.4대책 같은 공공 주도 공급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위축, 주민 반발 같은 변수 때문에 정부가 애초 계획을 변경하거나 주택공급이 장기간 지연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LH가 개발한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는 2010년 사전청약을 진행했지만, 11년이 지난 작년에야 입주가 진행됐다. 정부가 2020년 8월 발표한 태릉 골프장 부지 개발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주택공급 규모가 대폭 줄었다.

    남양주시 왕숙, 하남시 교산 등 3기 신도시는 개발을 발표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토지 보상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공급의 모든 것을 정부가 주도하고 실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성도 없다"며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의 주택공급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공급 확대 정책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2.4대책이 표방한 공공 주도 동급이 탄력을 받을지도 불투명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2.4대책이 차기 정부가 계승할 만큼 모범적이거나 정착된 모델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