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일 확진 최대 17만명 예상에도 느슨한 의료대응경구용치료제 처방 대상 중심 '건강상태 모니터링' 추진불안감 커진 재택치료 일상관리군… 신속대응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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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는 재택치료 체계로 변화한다. 방역 인프라의 한계와 오미크론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인데, 역학조사 역량이 떨어진 상황이라 적절한 대응이 가능할지 우려가 커진다. 

    물론 ‘고위험군 집중관리’ 방향성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달 말 일 확진자 규모가 17만명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국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유행 규모 증가 시 위중증 환자도 비례해 늘어나고 의료 붕괴 속도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재택치료 관리체계를 ‘집중관리군’ 중심으로 개편했다.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에는 스스로 관리하다가 필요시 비대면 진료는 받는 형태다. 

    중대본은 ▲60세 이상 ▲경구용치료제 처방 대상인 50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을 집중관리군으로 설정했고, 나머지는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했다. 

    집중관리군은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에서 1일 2회 유선으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지만, 일반관리군은 정기적인 모니터링 없이 스스로 관리하다가 필요하면 동네 병·의원 등에서 비대면 진료나 상담을 받게 된다.

    산소포화도 측정기, 해열제, 체온계 등 재택치료 키트와 생필품 지급도 간소화한다. 재택치료 키트는 집중관리군에게 지급하는 등 꼭 필요한 환자 위주로 보급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키트 구성품도 7종에서 4종으로 간소화한다.

    재택치료 환자의 동거가족은 생필품 구매 등을 위한 필수 외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그간 격리자에게 지급하던 생필품 지급 여부는 각 지자체가 현장 여건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역학조사 방식도 바뀐다. 확진자가 직접 웹페이지에 접속해 접촉자 등을 기입하는 ‘자기기입식 조사서’를 도입하고, 조사 항목도 단순화한다.

    확진자와 공동격리자의 격리방식도 개편한다. 지금은 확진자가 외래진료센터 방문 등을 위해 외출하려면 보건소에 신고해야 했지만 자율성을 확보해주기로 했다. 

    GPS를 이용한 자가격리앱은 폐지하고, 동거가족 격리제도도 대폭 간소화해 의약품 처방·수령 등 필수 목적 외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모든 코로나 환자를 국가 책임하에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준수한다”며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적합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모든 환자를 의료체계 내에서 관리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재택치료자의 불안감… 유선 모니터링도 無

    오미크론 확산이 아직 정점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자체가 갑자기 ‘위드 코로나’ 수준으로 낮아져 우려스럽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에 들어간 40대 A씨는 “발열과 두통, 목 부위 통증이 연일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다는 판단이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유선 상담도 이뤄지지 않으니 추후 어떤 상황으로 변할는지 걱정이 된다”며 “재택치료가 아니라 스스로 항체를 생성하라고 방치하는 꼴”이라고 언급했다. 

    50대 확진자 B씨는 “기저질환이 있어야 경구용치료제를 받을 수 있고 관리대상이 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쉽다”며 “오미크론이 마치 감기와 같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느껴지는 증상과 통증이 다를 텐데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국내에서는 오미크론을 포함한 코로나19 확진에 대한 두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인데, 갑자기 느슨해진 대응체계로 변했다는 점이 혼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정부의 상반된 메시지도 불안감을 높이는데 한몫 거들고 있다. 

    이날 오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높은 전파력을 보이는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으로 2월 말경 국내 확진자가 13만명에서 17만명 수준까지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단기간 내 급증하면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고 의료 대응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방역·의료체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진단검사, 역학조사, 관리체계를 효율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중대본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재택치료 대책은 앞서 언급한 ‘확진자 스스로 관리’ 방식이다. 집중관리군에 속하지 않으면 신속한 의학적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꼼꼼한 방역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에 직면했기에 고위험군 관리로 방향성을 틀 수밖에 없다”며 “애초에 방역 인프라 보강과 견고한 역학조사를 유지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고강도 거리두기, 백신 접종 등 방역조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유행을 막았던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지침이 필요한데, 현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확산 속도가 거센 가운데 정부가 손을 놓아버리겠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해져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