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워싱턴사무소 신설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 영입'친한파'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삼성 북미법인 합류반도체·배터리 등 美 투자 증가 따른 대관 업무 강화SK, 미국 투자법인 설립 추진… 2030년까지 520억달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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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에 이어 LG도 미국 관료출신 인사를 잇따라 영입하며 북미 대관 업무 강화에 나섰다. 우리 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는 데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각종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조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을 영입했다.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 한국에서 파견된 임병대 LG전자 전무와 함께 조만간 개설 예정인 워싱턴 사무소장을 공동으로 맡아 이끌게 된다.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H.W.부시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4명의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에 15년간 백악관에서 근무했다. 40년 이상 백악관 안팎에서 일했던 만큼 미국 정계에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로 알려졌다.

    LG는 향후 워싱턴 사무소를 정식 운영하며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을 중심으로 미 정계와 의회,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외협력 채널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부 인원은 이미 현지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는 그동안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워싱턴 사무소를 운영하지 않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전자 등 계열사들의 미국 생산라인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협력도 많아지면서 조율을 위해 미국 관료 출신을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법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오는 3월부터 근무하며, 북미대외협력팀장으로 북미지역 대외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삼성은 리퍼트 전 대사가 입법, 규제 동향과 정책을 기업 및 비즈니스 전략에 결합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생산공장) 공장 설립을 확정하고 올 상반기 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총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 제2테일러 공장과 향후 삼성의 추가 투자 등도 미국 행정부와의 조율이 중요한 상황이다.

    리퍼트 전 대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4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주한미대사를 지냈다. 이후에는 미국 보잉 부사장,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책 총괄 등을 역임했다.

    이처럼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 글로벌 기업들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사전 대응을 위해 대관 업무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포스코 고문을 맡았고, 앞서 8월에는 대북특별부대표였던 앨릭스 웡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쿠팡의 공공관계 총괄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SK㈜도 올 초 미국 투자법인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에 520억달러(약 6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도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 출장 당시 정·관계 인사들을 직접 챙겼을 정도로 미국 내 네트워크 구축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할 520억달러 중 절반가량을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배터리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협력도 많아지다보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조율 등을 위해 대관업무를 강화하고 있다"며 "LG그룹도 최근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들의 미국 투자가 늘면서 이번에 워싱턴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