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표 "신뢰, 자율성 기반 '기업문화' 회복" 강조직장 내 괴롭힘 이슈 변화 기대했지만… 이사회 CXO 체제 유지 불만블라인드, 계열사 게시판 '채선주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 반대' 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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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서 정식으로 선임됐다. 조직 쇄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CXO 체제가 유지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네이버는 14일 주주총회를 통해 ‘최수연 대표이사 선임의 건’을 통과시켰다. 2017년부터 CEO를 맡은 한성숙 대표는 글로벌 공략의 한 축을 맡을 전망이다.

    최 대표는 1981년생으로 서울대 토목공학 학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를 취득했다. 네이버에 2005년에 입사한 최 대표는 중도 퇴사한 후 2018년 미국 법무법인 코브레&김 국제변호사, 법무법인 율촌서 인수합병과 기업법 분야를 담당했다.

    이후 최 대표는 2019년 네이버에 재합류해 해외 유망 스타트업 인수를 추진하는 글로벌사업지원부를 맡았다. 2021년 3월엔 네이버 비등기 임원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최수연 책임리더를 대표로 내정했고, 4개월 만에 주주총회서 대표로 선임됐다.

    최 대표는 대표 내정 이후 외부 소통 대신 내부 다잡기에 집중해 왔다. 함께 발탁된 김남선 CFO(최고재무책임자) 내정자와 함께 임직원 면담을 진행해왔다. 1000여명에 가까운 임직원과 만나며 지난해 성과급 논란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최 대표는 글로벌 진출에 앞서 내부 기강 잡기에 초반 임기를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주주총회서 네이버의 기업문화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CEO로 선임된 것은 네이버의 사업과 구성원들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이자, 더 큰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도약을 위해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 상정한 안건은 총 8건으로 ▲2021년 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내이사 최수연 선임의 건 ▲사내이사 채선주 선임의 건 ▲사외이사 정도진 재선임의 건 ▲사외이사 노혁준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정도진 재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노혁준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모두 통과됐다.

    이와 달리 네이버 이사회 개편에 대해 임직원들 사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인해 변화가 예고됐지만, 당시 주요 인사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의 비난은 채선주 사내이사에 집중되고 있다. 채 이사는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네이버 직원이 사망했을 당시 CCO(최고소통책임자·부사장)를 맡았다. 임직원들은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이었던 채 이사에게 중책을 맡길 수 없다며 들고 일어섰다.

    CXO 체제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채 이사는 네이버 창업 초창기인 2000년부터 회사 홍보 업무를 맡았다. 최 대표가 2005년 홍보실에 입사할 때 조직을 이끈 부서장이었다. 채 이사는 홍보, 대외정책, 마케팅 등을 담당해왔고 앞으로 네이버의 ESG 활동을 추진하는 역할에 주력할 예정이다.

    채 이사는 최 대표가 2019년 네이버에 재입사할 때도 영향을 미쳤다. 홍보팀에서 일하며 얻은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법무법인에서 일하던 최 대표에게 재입사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이 새로운 사내이사로 나란히 합류한다는 점에서 경영권에도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계열사 게시판에서 ‘채선주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반대 인증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주주 의결권으로 주총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고 이를 캡처해 인증하는 방식이다. 채 부사장의 이사 선임은 인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채 부사장을 둘러싼 잡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사 책임자가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책임지지 않고 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직원들은 회사의 불통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