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 하회 전망, 단기 채권 각광금리 2%대 예고에도 물가 상승세 여전우크라發 에너지 가격 폭증… 스태그플레이션 압박코로나 50조 추경 변수, 통화당국 적극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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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장기투자를 꺼리는 경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21일 금융투자협회의 자본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0.506%p로 금리인상 전인 1.052%p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시중 자본이 단기물 투자로 쏠린 탓이다.아직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금리차가 좁혀진다는 점은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상 단기물 금리는 통화정책에 절대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르면 따라 오른다. 반면 장기물은 중장기 성장 전망이 반영된다.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진다는 것은 10년 뒤 우리 경제가 지금처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이같은 현상은 미국 채권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차는 지난해 3월 1.58%p에서 계속 하락해 0.25%p까지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속도라면 올해 2~3분기 안에 금리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7회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미국 채권시장 혼란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1980년, 1982년, 1991년, 2001년, 2009년, 2020년 등 6차례의 장단기 금리 역전기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미 국채시장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국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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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속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 성장 발목을 잡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7%로 0.3%p 낮췄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도 2.7% 성장률 전망을 제시했다.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폭이 더욱 가팔라져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0.3%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1%p 상승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이 함께 진행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50조원 규모의 코로나 지원대책 추경도 변수다. 사실상 국채 발행 외에는 재원마련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금리 고공행진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채권파트장은 "국채 발행 10조원이 늘면 0.07% 수준의 시장금리 상승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통화당국의 역할론은 더욱 부각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도 지난달 금통위에서 "최근 성장 하방 압력,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한 금통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 상당비중을 보유한 40~50대의 초과저축 현상이 있었지만 이는 이자부담이 낮아진데 따른 영향"이라며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를 연령층의 이자부담이 다시 높아지는 만큼 얼마만큼 펜트업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