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간 한은맨 마침표… 정권교체기 최초 연임"코로나19 위기대응 가장 기억에 남아""비둘기파? 경제 상황 안좋아 금리 낮췄을 뿐"
  • ▲ 이주열 한은 총재 ⓒ한국은행
    ▲ 이주열 한은 총재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3년 간 몸담은 한은을 떠난다. 그는 이달 31일 8년 간의 임기를 마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국은행 후임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명했다. 

    이 총재는 이날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후임 이창용 후보자에 대해 "학식, 정책운용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이 출중한 분이라 생각한다"면서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내달 1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제 전례를 비춰보면 (연임으로 인한) 두 번의 청문회를 했는데 다음 통화정책 회의까지 취임도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단순한 일(日) 수를 따져보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일각에서 금통위가 사상 초유로 '총재 부재' 속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기관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일시적으로 공백이 발생해도 통화정책은 차질없이 수행될 것"이라며 "총재 공백이 생긴다고 해도 통화정책 실기 우려는 기우일 것"이라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8년 간 글로벌 금융위기, 브렉시트, 코로나19 위기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과감한 통화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7년 한은에 입행한 뒤 2014년 박근혜정부서 총재에 임명된 뒤 2018년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가운데 연임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정권교체 시점에 유임된 한은 총재는 이 총재가 유일하다. 

    이 총재는 "지금껏 80차례 가까운 통화정책회의서 어느 것 하나 쉬웠거나 중요하지 않았던 회의는 없었다"면서 "통화정책은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태생적인 어려움이 있다. 국내외 환경·비경제적 요인이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상시화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통화정책결정 과정서 코로나19 위기대응, 이후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다행히 금융시장이 빨리 불안에서 벗어나고 경제회복이 가시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서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이 큰 안도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년 전 이맘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금융시장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체결에 따른 안도감이랄까,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재임기간 동안 금리를 낮춘 경우가 더 많았는데 스스로를 비둘기파와 매파 중에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경기 흐름과 변동, 물가, 금융 불균형의 위험 등을 줄여나가는 것으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처음부터 매파로 규정할 수 없는데 제가 인하 횟수가 더 많았고 그 결과 기준금리 수준이 취임 당시보다 아래 있다면 재임기간 동안 경기 상황이 어려웠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당초 예상보다 과격한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 금리 인상과 한은의 금리를 직접 연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어떤 속도로 조절해 나갈 지는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금융경제 상황을 잘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 했다.

    그는 한은 조직 발전을 위해서는 인적자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의 역량이 가장 핵심적인 발전 동력"이라며 "각자 부단히 노력하고 조직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 요인"이라고 했다. 

    아울러 "중앙은행의 존립기반은 국민들의 신뢰"라면서 "신뢰는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