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화 환율 122.4엔… 2015년 이후 최저미국-일본 간 통화정책 차별화 영향엔저 장기화로 철강·기계·자동차 등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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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은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122.4엔으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00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엔화는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로,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위기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나빠지면 매입 수요가 늘어나 통상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도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일본 간 통화정책 차별화와 일본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실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8%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을 완화하기 위해 연내 7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으나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양국 간 금리차가 벌어져 엔화 약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출 기업에는 유리하고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는 불리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2010년대 초중반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80엔대에서 120엔대로 치솟으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이 고전하기도 했다.
이에 하반기까지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 국내 산업계에도 업종별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석유화학, 철강, 기계, 자동차 등의 업종이 '엔저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가 장기화하면 철강이나 기계 등의 업종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전방 수요가 양호한 석유나 자동차 업종은 피해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