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엔데믹 국가 언급 또 번복… 혼란만 가중종식과 거리 먼 풍토병 관리체계 ‘인지’ 필수 여전히 20만명대 신규확진, 효율적 방역망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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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정부 주도의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선언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 여파가 이어지고 새로운 변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데 한 국가가 먼저 코로나19 대응을 독감 수준으로 전환하는 것은 부작용을 간과한 무책임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을 선언한 것처럼 엔데믹 역시 동일한 형태의 판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엔데믹 전환 첫 국가라는 타이틀 자체가 욕심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 섣부른 엔데믹 언급과 번복의 연속 

    지난 2월 22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엔데믹으로 자리잡는 초기 단계’라며 향후 다른 감염병처럼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선 셈”이라며 “낮은 치명률을 유지하고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최종적으로는 오미크론 대응도 다른 감염병과 같은 관리체계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가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튿날인 지난 1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우리나라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언급했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이 코로나를 풍토병 수준으로 낮추는 선도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우리의 일상회복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날(6일)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엔데믹이라고 하는 부분들은 학문적인 용어로서 개념정의가 상당히 넓다”며 “거리두기 해제를 반드시 엔데믹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잇단 엔데믹 언급과 동시에 방역 완화를 강조하던 정부의 입장이 돌연 바뀐 것이다. 정리하자면, 현재 국내 방역정책은 ‘거리두기는 전면적으로 풀되 야외 마스크는 어렵고 엔데믹 선언은 시기상조’라는 기조를 갖고 있다. 

    ◆ 해외 유입·새 변이, 엔데믹 전환이 어려운 이유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엔데믹 전환 첫 국가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에 함몰돼 기대감이 커졌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임을 인지해 엇갈린 방역 메시지를 남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후 WHO가 코로나19와 관련 엔데믹 선언을 해도 코로나19 종식의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의료대응과 방역체계는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 정부의 섣부른 엔데믹 언급과 번복은 대국민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다.

    이와 관련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첫 번째로 엔데믹 전환 국가가 된다고 해도 해외유입이 발생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구조”라며 “새로운 변이에 대한 문제도 존재하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엔데믹 언급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확진 62만명에서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0만명대의 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기본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아직은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방역체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