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 등 주요 금융주 이달 주가 하락금리 상승 금융주에 호재에도 이례적 부진 지속장단기 금리차 축소 원인…금리 인상 가능성 선반영“자사주 매입·소각 포함한 주주환원 계획 지켜봐야”
  • 금리 인상의 가장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던 금융주가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가 최근 금융주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실적 개선 및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금융주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짚는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3.1% 하락,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KRX은행지수는 KB금융, 카카오뱅크,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총 9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이 기간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은 이달 들어 2.77% 하락했다. KB금융의 주가는 지난 2월 6만6400원의 고점을 기록하고 지난달 5만3100원까지 내린 후 현재 5만원 후반의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역시 이달 들어 주가가 12.02% 하락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연초 저점인 3만9550원(1월 27일)보다는 상승했지만 지난해 상장 후 달성한 고점인 9만20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밖에 신한지주(-3.25%), 하나금융지주(-3.91%), 우리금융지주(-0.65%)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이달 들어 주가가 내려갔다. 대표적인 금융주들이 금리 인상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총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연내 2~3차례 추가 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의 대표적 수혜주인 금융주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통상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가 인상되면 예대마진 수익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저원가성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오르는 반면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라 예대마진이 커지기 때문에 은행에는 호재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이자 부담과 더불어 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신용 리스크가 커졌고, 이에 따라 은행이 짊어질 부담이 늘었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장단기 금리차가 줄고 있는 점 또한 금융주의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들어 재차 급등한 시장금리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 장기금리도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장단기 금리차가 대폭 축소됐다”라며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은행의 밸류에이션 상방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감소 역시 금융주 주가의 하방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에만 1조원이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1분기 동안에는 총 1조7000억원이 감소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은행권 총대출 증가율은 가계대출 감소 영향으로 1.3%를 기록해 대출 성장세가 둔화했다”라며 “4월 초 이후 은행들이 우대금리 적용 등으로 가계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어 2분기부터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나타나겠지만, 가산금리 수준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도하 연구원 또한 “올 1분기 가계대출은 3년 만에 처음으로 공급자의 대출 의지보다 차주의 수요가 더 약화한 상황”이라며 “둔화한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회복의 열쇠는 부동산 시장 거래량에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 됐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 주가는 15~30%가량 상승한 바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 오른 것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상승세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 1~2회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상반기까지는 금융주의 순이자마진(NIM) 추가 개선을 바라고 있다”라며 “현재 전망 이상으로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지 않는다면, 빠르면 하반기부터 NIM 증가세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금리 인상이 계속해서 가파른 속도로 이어진다면, 경기에 대한 강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라며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계획을 지켜보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