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근절 명분 내세운 김성환 민주당 의원…과한 논리적 비약개미 1400만명 시대…투자·관련 세금 인식도 예전과 달라코리아 디스카운트 허덕이는 증시 현실…野, 국민 눈높이 맞는 대답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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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시세 조종을 제대로 다룬 영화 '작전(2009년 이호재 감독)' 속 대사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라덕연 사태는 영화 속 시세조종 사례를 현실로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라덕연 일당은 장외 파생상품인 CFD(차액결제) 거래를 악용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시세조종(주가조작)이다. 영화 '작전'에서처럼 위장매매(통정매매, 가장매매), 매매유인목적행위, 시세의 고정·안정행위, 연계시세조종행위 등이 포함된다.
난무하는 자본시장 범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자본시장이 해외 시장에 비해 저평가받는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21~2023년 최근 3년간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당국에 통보된 불공정거래 사건은 13건, 18건, 23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진행한 금융투자소득세 정책토론회에선 시세조종과 관련해 기자의 귀를 의심하게 한 언급이 있었다.
시장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금투세가 '주가조작 방지세'라는 주장을 펼친 김성환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었다.
김성환 의원은 "금투세가 제일 불편한 사람은 김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들일 것"이라며 "검찰 추산 자료를 보면 김건희 모녀는 대략 23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현행 증권거래세로 낸 세금은 15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만약에 금투세가 도입됐다면 주가조작으로 걸리지 않아도 대략 6억원가량의 소득세를 내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투세가 도입되면 차명계좌로 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며 "거래세를 소득세로 바꾸지 않으면 주가조작 세력들이 여전히 증시에서 활개를 치면서 대한민국의 불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아마도 금투세의 당위성을 펼치는 동시에 현 정부의 아픈 구석인 주가 조작 이슈를 언급하는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정치적 해석은 차치하고, 정말로 금투세를 도입하면 주가조작 범죄가 근절될 수 있을까?
금투세는 현재 폐지 수순 중에 있는 증권거래세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가조작범들의 수많은 자전거래와 통정거래 과정에서 발생했던 거래세 자체가 사라진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금투세가 주가 조작범들의 부정 거래를 강화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금투세 도입 시 소득 자료가 국세청에 제공되기 때문에 주가조작 적발에 용이하다고 하지만 교활한 수법의 주가조작범들이 세금이 무서워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란 발상은 어쩌면 순진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이미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거래 자료를 통해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해서 감시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법 개정을 통해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 노력이 먼저다.
논리적 비약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김성환 의원의 발언에 대해선 당 내에서도 반박이 나왔다.
이소영 의원은 "주가조작 감시 체계가 부족하다면 금감원의 감시체계를 강화하거나 국세청의 자료 접근권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주가조작을 막기 위해서 국세청이 자료를 받아야 하니 소득세를 도입하자는 것은 원인과 해법이 다른 주장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우하향된다고 신념처럼 믿는다면 인버스 투자를 하면 되지 않냐"는 김영환 의원의 인버스 발언과 "이번 토론회는 역할극의 일부"라는 이강일 의원의 역할극 발언 등 각종 실언으로 개미 투자자들의 극렬한 원성을 사고 있다. '조세 정의'를 명분으로 한 민주당의 반대 속에 수개월간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증시 불확실성만 커졌다는 불만에 기름을 붓는 행위였다.
그러나 전언에 따르면 민주당의 이번 토론회가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에 당내에선 꽤 후한 점수를 주는 이들도 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개인투자자 여론과는 거리가 먼 평가다. 1955년부터의 정당 역사를 지닌 거대 야당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어설픈 현실감각이라는 생각도 든다.
김성환 의원의 '주가조작 방지세' 주장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명분만 남은 선비 같은 주장 내지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내세우는 과정에서의 실언은 아닐까. 논리적 비약 속에 강조된 금투세는 민주당이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정쟁에 파묻혀 있다는 방증으로도 보인다.
조세 정의의 프레임을 씌운 금투세 논란은 2022년 대통령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문재인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후폭풍을 떠올리게 한다.
500만~600만명 수준이던 국내 개인투자자 숫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1400만명까지 급증했다. 처음 금투세가 논의됐던 2019년과는 주식 투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물론 이와 관련한 세금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다르다. 이제는 수천명의 개인투자자가 서울역에서 "금투세 폐지"를 외치며 촛불을 드는 시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허덕이는 증시 앞에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답을 해야 한다.